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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귀찮으면 영상으로 https://youtu.be/G3zNxL9O_AM)
처음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주인공들의 취미가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우연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영접한 것을 계기로(진짜 본인이 출연해서 알아보자마자 낄낄 웃었다) 관계를 키워나가거나 함께 산책하면서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주제로 대화하는 커플들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힙스터(?) 커플들의 만남과 이별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비록 한 번도 연애라는 걸 해본 적 없는 나마저도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로 현대 청년들에 대한 애환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무기와 키누는 역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우연히 취미가 같았던 덕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 시간은 마치 운명과 마법과도 같은 행복하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사귀게 되고, 현실이 운명 같은 사랑을 방해하자 동거를 하며 현실에 등을 돌린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들의 운명적 사랑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결국 두 사람은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한다. 현실과 타협한 초반에는 취미생활을 유지하며 사랑을 이어나가는 그들이었지만, 결국 현실은 운명을 잡아먹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그럴수록 사랑의 감정과 취미생활에 대한 열정은 식어가기만 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 3개월간 관계를 맺지 않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마지막으로 관계를 맺고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지인의 결혼식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낸 그들은 처음 만났던 카페에서 이별을 선언하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마음도 흔들린다. 오늘은 최고로 행복한 날이었고,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사랑하는 감정은 천천히 식어갈지언정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새로운 형태의 감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썸 타는 중인 한 커플이 들어와 자신들이 사귀기로 한 날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재연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운명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어떻게 관계를 지속할지 연구하고 어떻게 사랑을 고백할지 계획하는, 즉 어느 정도 계산되어 지속되는 것이다. 무기가 극장판 가스탱크를 보여주겠다며 집으로 초대하거나 키누가 함께 미라전을 보러 가자고 제안하는 것 모두 무의식적으로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이 이때 뼈저리게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사랑에서 운명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 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이를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자신들의 사랑이 운명이 아니었다는 것과,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는 커플과 같은 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두 남녀는 깨닫는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껴안고 집으로 함께 돌아간다. 단 한 걸음이면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기는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에 참패한 브라질 대표팀 주장의 이야기를 한다. 뒤에서 이야기 할 거지만 이 이야기는 결혼과 헤어짐의 갈림길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키누의 집이 구해지지 않아 3개월을 더 함께 산다. 재미있게도 아까와는 반대로 현실에 부딪혀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이나마 지속된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지고 우연히 카페에서 마주친다. 둘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쿨하게 보내고, 무기가 로드뷰에 찍힌 키누와의 사진을 보고 기적이라 추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제 다시 브라질 주장 이야기를 해보자.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주장 줄리우 세자르가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에 완패한 후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길은 아름다웠다. 한 걸음이 부족했을 뿐이다."(한국 개봉 자막에선 '아쉬웠다'라고 나오는데, 이는 작품의 주제를 가려버리는 중대한 오역이다!) 이 영화는 한 걸음의 차이로 결혼과 헤어짐의 갈림길에서 결국 헤어지고 마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헤어짐의 끝에서 그들은 바란다. 갈라져도 언젠가 우연히 스칠 때 서로 모른 척 해주며 손을 흔들어 보낼 수 있기를. 로드뷰에 찍힌 과거의 모습을 보며 추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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