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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애니 11

룩 백: 교토 애니메이션을 추모하며

나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은 어처구니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는 영화라는 사랑에 잡아먹혀 만화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작품이라고 생각했으며, 다른 단편들도 그다지 나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만큼은 늘 예외로 둔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은 그의 유일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이라는 비극을 모티프로 하여 그에 대한 추모와 후지모토 타츠키 본인의 자전을 조화한 끝에 드러나는 성장과 예술의 의미는, 독자로 하여금 살아감의 이유를 곱씹도록 만든다. 따라서 나는 이번 글을 통하여 밝혀내고자 한다. 비극을 딛고 일어서도록 독려하는 추모를,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긍정하는 자전을, 끝내 일어서 긍정하게 되는 성장을, 그제야 불현듯 깨닫게 되..

도서 2024.07.13

타마코 러브 스토리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화 는 예술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사랑스러운 결론을 내놓는 작품이다. 그 마음의 총체가 영화 속에서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항상 주제로 삼고 있는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영화가 된다. 이전과 이후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아름답게 연출했을지언정, 그 결과물을 예술이라는 관념 속에 담아내지 않았다. 하지만,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2023년 기준 그녀의 유일한 오리지널 영화인 에서만큼은 첫사랑이라는,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영화와 음악이라는 예술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는 영화감독이라는 예술가의 프라이드처럼 보인다. 야마다 나..

영화 2023.10.18

목소리의 형태

야마다 나오코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감독이다. 에서 표현되는 학창 시절과, 에서 표현되는 첫사랑 등이 바로 그 예시이다. 그러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는 그러한 불문율에서 벗어나 있다. 영화 는 수단이 목적으로 변모하는 작품이다. 관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를 에서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의 감정과 관계라는 표현의 도구가 새롭게 주제로 거듭나는 모습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영화 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이전의 영화들과, 이후의 영화들의 사이에서 가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를 통해 감정과 관계라는 자신의 수단을 재인식하고, 발전시켜 차기작을 향해 발산할 수 있었다...

영화 2023.10.08

케이온!

나에게 존경하는 영화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그녀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야마다 나오코. 2017년, 영화 를 보고 인생을 크게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나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을 사랑해 왔다. 그러나, 나는 최근 그 사랑에 먹칠을 할 경험을 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곧 공개될 자신의 단편 영화 을 주제로 가진 인터뷰를 읽고, 야마다 나오코라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이해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야마다 나오코가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표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은 후 나는 그녀가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

영화 2023.10.07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

(귀찮으신 분들은 영상으로 시청해 주세요 https://youtu.be/Q52Nkjv96_c) 2019년, 한 악마에 의해 교토 애니메이션이 불탔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최고급 인력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들 중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만 하더라도 연출, 작화 파트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신인 육성을 담당하는 전설적인 애니메이터이자 전매특허인 360도 회전으로 유명한 연출가이기도 한 키가미 요시지, 와 에서 특유의 성숙한 화풍을 보여주었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인 니시야 후토시, 에서 엑스트라 캐릭터들에게까지 설정을 전부 부여하고 꼼꼼히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인 이케다 쇼코까지 전부 쟁쟁한 인물들이다. 심지어 팬들에게 이시하라 타츠야, 야마다 나오코와 함께 '교토 애..

애니메이션 2021.09.24

빙과

모든 사람들이 분홍빛으로 물든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도 섞이지 못하는 잿빛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빙과'는 여러 색을 가진 인간군상을 담은 씁쓸하고도 달콤한 초콜릿의 맛을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빙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존재를 알기 전에 1권 '빙과'만 읽어 본 적이 있는데, 특유의 씁쓸한 전개가 기억에 남아서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이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괜한 걱정이었다. 애니메이션 빙과는 정말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일뿐더러, 2010년대 최고의 애니메이션들 중 하나라고 해도 그리 억지가 아닐 것이다. 교토 애니메이션의 뛰어난 작화 실력과 故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

애니메이션 2021.01.11

리즈와 파랑새 심층 분석

리즈와 파랑새의 정체는? 영화 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는 리즈와 파랑새가 각각 노조미와 미조레를 상징함을 알려준다. 작중 니이야마 선생님은 플루트와 오보에가 각각 리즈와 파랑새를 상징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게 맞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미조레는 확실히 파랑새가 맞지만, 노조미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미조레가 리즈, 노조미가 파랑새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노조미는 갈수록 미조레가 다른 누군가와 친해지고, 혼자서 무언가 행동할수록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니이야마 선생님이 미조레에게 음대를 권유한 일이다. 미조레를 놓아줄 수 없다는 불안감, ..

특집 2020.12.29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

(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ErboVq0BOZ0) 지난 2019년 7월, 교토 애니메이션은 전대미문의 방화를 당했다. 일본국 성립 이래 최대 방화 피해였으며, 쿄애니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교토 애니메이션은 무너지지 않았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외전을 성공적으로 발표한 데에 이어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까지 발표, 흥행에 성공하며 쿄애니는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교토 애니메이션 부활의 신호탄이 된 작품, 을 리뷰하고자 한다. TV 애니메이션 이 주인공 바이올렛이 의뢰인들의 사연을 듣고 편지를 쓰며 감정에 대해 알아가고, 이로 인해 뒤늦게 떠오른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받지만 이를 극복해 나감과 동시에 반전주의(反戰主義)를 강조하는 작..

영화/영화 2020.11.17

바이올렛 에버가든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기술은 점점 발전하기 시작하는 시대, 전쟁병기로 이용된 이름 없는 고아 소녀는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 상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자동수기인형이 되어 편지를 대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야기의 구성 방식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바이올렛이 사랑을 알아간다는 서사를 위한 단편들이 엮여있는 옴니버스 구성의 애니메이션이다. 각 단편들은 사랑을 알아가는 자동수기인형인 바이올렛이 의뢰인들의 사연을 듣고 편지를 쓰는 콘셉트로 이어져 있다. 바이올렛은 단편이 하나씩 진행되며 감정을 알아가게 되고 후반부로 가면 그녀의 전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한 결말부가 2~3화에 걸쳐서 진행되어 애니메..

애니메이션 2020.10.17

야마다 나오코

현재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잘 만드는 감독을 꼽으라면 신카이 마코토, 유아사 마사아키, 호소다 마모루 그리고 야마다 나오코 감독을 사천왕으로 꼽는다. 오타쿠화 되어버린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토 애니메이션에 입사하다 야마다 나오코는 교토부 출신으로 명문 예술대학이라고 손꼽히는 교토 예술대학을 졸업하여 2004년에 교토 애니메이션에 입사했다. 이후 2005년 Air, 2006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007년 러키 스타에서 원화를 담당하다 클라나드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맡으면서 탁월한 연출 실력을 펼치게 된다. 케이온의 감독이 되다 2009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기에서 엔들리스 에이트로 욕을 먹고 폐업 위기에 있던 교..

특집 20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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