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나가레보시 2020. 10. 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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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에버가든(2018)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고 기술은 점점 발전하기 시작하는 시대, 전쟁병기로 이용된 이름 없는 고아 소녀는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를 준 상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자동수기인형이 되어 편지를 대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야기의 구성 방식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바이올렛이 사랑을 알아간다는 서사를 위한 단편들이 엮여있는 옴니버스 구성의 애니메이션이다.

각 단편들은 사랑을 알아가는 자동수기인형인 바이올렛이 의뢰인들의 사연을 듣고 편지를 쓰는 콘셉트로 이어져 있다. 바이올렛은 단편이 하나씩 진행되며 감정을 알아가게 되고 후반부로 가면 그녀의 전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한 결말부가 2~3화에 걸쳐서 진행되어 애니메이션은 완결을 맞는다.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약점을 보이는 이시다테 타이치 감독에게는 한결 수월한 작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주제

작품의 기본적인 주제는 전쟁에서 돌아온 소년병 바이올렛이 사회로 복귀해 자동수기인형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나타나는 전쟁의 트라우마와 참혹함이다. 바이올렛은 편지 대필 업무를 맡으며 부성애, 모성애, 연인 간 사랑의 감정 등 다양한 감정을 배워나가고 마치 인형과도 같았던 껍데기에 불과한 몸에서 감정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행동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정을 얻은 그녀는 자신들이 죽였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의 감정도 함께 느끼게 된다. 과연 바이올렛은 진정 잘못한 것일까? 전쟁을 일으킨 것은 바이올렛이 아니다. 전쟁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벌어진다.

물론 바이올렛은 사람을 죽였다. 그녀가 죽인 사람들 중에는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친구, 연인, 남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에 죄책감을 느낀다.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가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죽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바이올렛 역시 피해자임은 마찬가지다. 그녀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에 빠지도록 만든 것은 전쟁이었다. 그녀는 전쟁으로 자신을 키워준 은인을 잃었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타인으로부터 질타까지 받게 된다. 전쟁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모든 것을 파괴할 뿐이다.


작화

이 애니메이션의 작화는 정말 뛰어나다. TVA임에도 불구하고 극장판 급의 작화를 매화마다 선보이는데, 극장에서 개봉한 외전과 거의 동급일 정도다. 이는 넷플릭스의 제작 지원을 받아 시간 압박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쿄애니의 작화 감독 故 이케다 쇼코 선생도 이렇게 선을 많이 쓰는 애니메이션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칼을 갈고 작업한 작품이니 퀄리티가 높은 것도 이해가 간다.

이런 수려한 작화 덕분에 시청자들은 각각의 단편들도 감동적이지만 멈추기만 해도 한 편의 일러스트가 될 정도의 고퀄리티 작화만으로도 이 애니메이션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작화 맛보기라도 해 보려면 유튜브에 바이올렛 에버가든 PV를 검색해 보시길.


아쉬운 점

분명 수려한 작화와 성우들의 연기력은 호평받을 요소이지만 신파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이는 10화에서 절정에 달하는데, 물론 정말 슬프고 감동적인 소재인 모성애를 사용한 점은 좋았지만 원래 의도라면 어머니가 쓰고 싶어 하는 편지의 정체가 반전으로 작용해 감동을 주어야 했지만 예상 가능했던 점이 꽤나 아쉬웠다.

비단 10화뿐 아니라 단편 곳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보인다. 그래도 내 주변인들은 10화를 가장 좋아하긴 했다. 요약하자면 소재는 좋은데 풀어가는 방식이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길?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꽤 주목받았던 이유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대신 해외 배급을 전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해외 자본의 잠식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업계인들은 애니 제작사에게는 돈이 별로 가지 않는 현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타파하고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이룰 수 있으며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바이올렛 에버가든으로 시작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들이 어떻게 업계를 바꾸어 나갈지 기대된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좋은 단편과 이를 관통하는 반전(反戰)이라는 메시지를 수려한 작화에 잘 버무린 작품이다. 하지만 신파의 농도가 의외로 짙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꽤 많았다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앞으로의 교토 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의 협업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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