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지쳐 침대에 누운 어느 날, 나는 왓챠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발견해 낸 애니메이션이 바로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이었다. 전부터 들어 본 제목이었지만 딱히 관심은 없었는데 할 것이 없다 보니 곧바로 틀게 되었고... 나는 인생작을 찾았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이하 카구야)의 기본적인 장르는 '러브 코미디'다. 요즘 러브 코미디라고 하면 다수의 여캐들이 하나의 남캐를 사랑하며 쟁탈전을 벌이는 이른바 '하렘'이라는 장르로 이루어져 있는데, 카구야는 그렇지 않다.
메인 히로인은 오직 카구야 하나고 남주인공 미유키와 여주인공 카구야는 이미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 그저 자존심이 매우 높은 캐릭터들이라 서로에게 고백을 받기 위해 두뇌전을 펼친다는 것이 만화의 줄거리다.
하렘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인 어필도 적고, 오히려 스토리로 승부를 보는 만큼 다양한 드립들의 향연으로 웃음을 주고 여러 하렘 만화의 클리셰를 적절히 비틀기도 하는 등 매 화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다.
코미디뿐 아니라 연애 묘사도 수준급이어서, 애니메이션은 카구야와 미유키의 두근거리는 밀당을, 스토리가 꽤 진행된 만화에서는 두 사람의 연애를 보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보다 만화가 더 재미있어서 애니메이션은 만화를 정말 제대로 묘사하느라 힘들었겠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하렘이나 오타쿠를 저격한 성적 어필이 만연한 정체성을 잃은 러브 코미디를 보며 볼 게 없다고 한탄하던 나에게 카구야에 대한 평가는 '진정한 러브 코미디, 러브+코미디'였다.
그렇다고 코미디와 연애 묘사만으로 밀고 가는 작품이냐고 한다면 그런 것도 아니다. 카구야가 속해 있는 시노미야 가문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악덕 기업이고, 실제로 미유키의 아버지는 시노미야 그룹에게 회사를 빼앗겨 가정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식들을 사랑하고 카구야와 미유키의 교제를 응원하는 걸 보면 대인배 그 자체이다. 조연 이시가미는 호감을 갖고 있던 여성을 지키려다 모함을 받고 몇 달을 히키코모리로 살았다가 모두의 응원으로 다시 학교를 나오기도 한다. 지금은 카구야와 시노미야 가문의 정면대결이 예고되어 있기도 하다.
만화가 기본적으로 러브 코미디를 기반으로 시리어스물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진지한 에피소드를 끝마치면 또다시 재미있는 코미디와 두뇌전이 기다리고 있어서(주인공들이 사귄 이후로는 둘이서 다른 커플을 두고 대리 두뇌전을 펼치고 있다...) 매 화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은 진정한 러브 코미디 장르를 이어감과 동시에 과거에 존재했던 하렘 러브 코미디 장르의 클리셰를 적절히 비틀고 코미디와 연애 요소를 첨가하여 어디서 본 듯 하지만 신선한 스토리를 가진 독창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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