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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4대 천왕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감독 유아사 마사아키의 6년 만의 TVA 신작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는 여고생 셋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비슷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애니 '시로바코'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를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영상연은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
영상연은 기본적으로 Animation이라는 낱말 그대로 영상 속 움직임을 중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볼 때 영상을 끊어보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나도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작화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라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즉 애니메이션의 제작 공정이나 작화(여기서는 움직임을 말한다)에 별 관심 없이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캐릭터들의 대사 중 '셀'이나 '작화 보정 프로그램'이 각각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용지이고 비어있는 작화를 AI가 채워주고 보정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일어나는 좌충우돌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개성은 정말 재미있게 다가와 이러한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큰 강점들 중 하나다.
원작 만화가 작화 팬의 입장에서 그려졌다면, 애니메이션은 실제 전문가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더 자세하고 퀄리티 있는 설명과 재현이 등장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나도 작화 보정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구동 방식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애니 안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작중 주인공인 미즈사키의 '나는 아니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거라고!'라는 대사에서는 이 작품이 추구하는 주제 의식인 '작화 하나만 끝까지 파고든다'와 정말 어울리는 대사였고, 주인공들의 설정화로 구성된 주인공들의 망상은 성우들이 직접 내는 효과음이 나오며 상상 속 세계를 구현한 것에서 학생들이 만드는 자주 제작 애니메이션이라는 콘셉트가 확실히 와 닿기도 했다. 음향, 프로듀싱 등 애니메이션 제작의 필수 요소들을 스토리에 적절히 융화시킨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영상연은 움직임보다는 그림체를 중요시하는 한국과 일본의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특히 이쪽은 모에가 시장을 쥐고 있어서 더욱) 평론가들이 호평을 한 정도에 그쳤다. 영상연이 시청자들에게까지 호평받은 쪽은 미국 쪽의 시청자들로, 소위 양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그림체와 스토리를 중시하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중시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액션 배틀물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그래서 나루토나 드래곤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당연히 애니메이션의 움직임 하나만 파고드는 영상연이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유아사 마사아키가 오랜만에 TVA로 복귀해 감독을 맡은 작품 '영상연에는 손대지 마!'는 3명의 여고생이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일어나는 일들과 애니메이션의 주축이 되는 작화(움직임) 하나만을 파고들어 적절히 융화시켰고, 애니메이션의 본질인 움직임으로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철학과 시너지를 일으킴과 동시에 유아사 특유의 색채로 물들인 2020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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