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데카당스는 이미 멸망해버린 세상에서 남은 인류가 이동 요새 데카당스를 건설, 삶을 위협하는 흉악한 괴물 가돌들을 무찌르며 살아가는 아포칼립스 장르의 애니메이션이다....인 줄 알았으나 사실 인류는 환경오염으로 지구를 멸망시키고 한 회사가 사이보그들을 생산, 유라시아 대륙에 돔을 치고 데카당스를 건설해 사이보그들의 가돌 처치 게임장으로 운영하고 있던 것이었다.
인류들은 탱커라고 불리며 이를 하나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고, 이 데카당스를 무대로 사이보그 카부라기와 인간 나츠메가 이야기를 펼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카부라기는 길드에 있었던 후배 기어인 마이키에게 리미트 해제라는 치트 행위를 알려줬다가 운영진에게 발각되어 낮에는 데카당스 장갑 수리공 그리고 밤에는 칩 회수인을 하는 벌이 주어진다.
이후 카부라기는 자신의 처지와 존재가 말소된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이보그들의 연료인 옥손을 주입하지 않고 천천히 죽어가려 한다. 그러나 장갑 수리 조의 신입으로 들어온 나츠메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고 그는 다시 삶의 의지를 붙잡게 된다.
그녀는 몇 년 전 가돌에게 당해 회사에서 인간들에게 심은 관리용 칩이 망가진 '버그'라는 존재였고, 카부라기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다시 시스템의 룰을 어긴다. 시스템은 그를 버그 교화 시설로 보내지만, 잘못된 시스템을 타도하고 변화시키는 계획을 세워 성공, 데카당스는 사이보그와 인간들의 공존의 장이 된다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다.
데카당스는 1화에서 보여준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바로 다음화에서 엎어버린다. 시청자마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나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모든 전말을 아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인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긴장감을 느끼며 작품 몰입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화에서 새로 정립된 사이보그에게는 게임장, 인간에게는 아포칼립스 세계라는 이중적인 세계관도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스토리 전개 또한 흥미진진했다. 오직 게임의 안전을 위해서라며 버그를 모두 잡아 말소시키려 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사이보그들과 인간들을 기만하는 통치 체제를 보인다. 이러한 체제에 반기를 든 주인공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시스템의 악순환이 만들어 낸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을 물리치면서 무언가를 억압하고 기만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두려고 하는 체제는 결국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을 만들어내며,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는 소위 '버그'들 또한 세상의 일부로써 품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이쯤에서 데카당스의 뜻을 알아보자. 프랑스어 데카당스(Décadence)는 단어 뜻 자체는 퇴폐, 쇠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예사조로써의 데카당스는 퇴폐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예술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기동 요새 데카당스도 그렇다. 데카당스는 잘못된 시스템이라는 퇴폐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지만 주인공들의 활약으로 사이보그와 인간들의 공존의 장이 되면서 아름다운 낙원으로 변한다. 즉 예술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가돌, 사이보그, 인간들이 공존한 후에는 중요한 연료인 옥손을 어떻게 공급하는가, 데카당스의 비밀을 안 인간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사이보그들과 공존할 수 있었는가 등 사건이 종료 후의 필요했을 설명들이 굉장히 부족한 채 이리이리 됐다 정도로만 묘사된 것이 그 예다.
그럼에도 데카당스는 작품의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였고, 데카당스 내에서의 일반 애니메이션 작풍과 사이보그 장면에서의 SD 카툰 작풍의 조화는 굉장히 좋았다.
애니메이션 업계가 하나의 장르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사람으로써 이런 좋은 주제와 높은 퀄리티로 무장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들이 흥행하고 높은 평가를 받길 바라며, 데카당스가 이에 선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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