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

나가레보시 2021. 9.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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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2021)

(귀찮으신 분들은 영상으로 시청해 주세요 https://youtu.be/Q52Nkjv96_c)
2019년, 한 악마에 의해 교토 애니메이션이 불탔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최고급 인력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망자들 중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만 하더라도 연출, 작화 파트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신인 육성을 담당하는 전설적인 애니메이터이자 전매특허인 360도 회전으로 유명한 연출가이기도 한 키가미 요시지, <목소리의 형태>와 <리즈와 파랑새>에서 특유의 성숙한 화풍을 보여주었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인 니시야 후토시,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엑스트라 캐릭터들에게까지 설정을 전부 부여하고 꼼꼼히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 감독인 이케다 쇼코까지 전부 쟁쟁한 인물들이다. 심지어 팬들에게 이시하라 타츠야, 야마다 나오코와 함께 '교토 애니메이션 삼대장'이라고 불렸던 감독이자 오늘 리뷰할 작품의 전작인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의 감독이기도 한 타케모토 야스히로마저 방화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끔찍한 손실을 입은 교토 애니메이션은 부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하지만 교토 애니메이션의 부활은 빨랐다. 기존에 제작되어 있던 <바이올렛 에버가든 외전: 영원과 자동수기인형>과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차례대로 공개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교토 애니메이션은 올해 3분기에 완전히 새로운 신작인 <코바야시 메이드래곤 S>를 발표하며 애니메이션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소실된 원화 데이터를 복구하기는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고, 간판 감독이자 연출가였던 야마다 나오코도 회사를 떠나 스튜디오 SARU에서 신작을 맡게 되는 등 교토 애니메이션에게는 수많은 악조건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은 제자이자 동료, 그리고 1기의 감독이었던 故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을 대신해 감독을 맡아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었고, 교토 애니메이션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였다. 애니메이션 <코바야시 메이드래곤 S>는 이젠 떠나가버린 과거의 교토 애니메이션과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될 현재의 교토 애니메이션을 가르는 분기점에 있는 중요한 작품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코미디의 강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의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는 전작인 故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의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과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전작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줄어들고 웃음을 한껏 유발하는 코미디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우선 전작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11화와 12화에 등장하는 종언제와 코바야시의 대립 장면과 1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바야시가 함께 사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토르와 칸나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는 시퀀스를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코미디도 중간중간 등장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1기이다 보니 순서대로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서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은 코바야시와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의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에는 그런 가족적인 분위기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끽해야 초반에 등장하는 코바야시가 이루루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그나마 가족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반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요소가 작품의 거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이시하라 감독이 1기를 통해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가족을 이루었고, 이를 통해 캐릭터성도 전부 확립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코미디를 전개해 보자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이번 작품의 코미디는 정말 '굉장함' 그 자체다. 거의 대부분의 시퀀스에 코미디가 들어가 있고, 정말 웃기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는 보헤헤좌로 유명한 리코가 보여주는 코미디의 연출은 전작보다 엄청나게 발전했다. 심지어는 그냥 코미디를 넘어서 잠시 진지한 장면이 나와 조금 숙연해지려고 하면 바로 이를 이용한 새로운 코미디를 보여주어 진지했던 장면들은 전부 잊어버리고 깔깔 웃도록 만드는 신개념 코미디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를 보니 <CLANNAD>나 <울려라! 유포니엄>처럼 진지한 작품 속에서도 언제나 코미디를 잊지 않았던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의 작품 성향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비극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은 퀄리티
옛날부터 교토 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한마디는 "극장판에서나 볼 법한 퀄리티를 TV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다"였다. 이러한 수식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퇴색되는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 애니메이션은 다른 제작사들보다 훨씬 차별화되는 영상 퀄리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왔다. 하지만 악마의 방화라는 비극이 일어나면서 뛰어난 퀄리티를 뒷받침하던 인재들은 세상을 떠났고, 회사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교토 애니메이션이 퀄리티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그리고 놀랍게도 교토 애니메이션은 끔찍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작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퀄리티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데에 성공했다. 심지어 매화의 스태프롤을 보면 원화가는 항상 5~7명 정도로 고정되어있다시피 하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많은 제작사들이 매주 납품기간을 맞추기 위해 100명이라는 많은 수의 원화가를 투입해도 작화와 스케줄이 무너지고 마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즉, 교토 애니메이션은 끔찍한 방화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유지해왔던 스케줄 정책을 통해 원화가를 적게 투입해도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실은 원화가가 많은 것보다 적은 쪽이 좋은 작화를 뽑아내기 유리하다. 그래서 스케줄이 넉넉한 회사에서는 아예 뛰어난 원화가 한 명에게 한 회차의 모든 원화를 맡기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처럼 비극에도 불구하고 교토 애니메이션이 지켜낸 퀄리티는 작품 곳곳에서 시청자들을 홀린다. 일단 과거부터 시도되어 이젠 교토 애니메이션의 전통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쓸데없이 리얼한 전투씬부터 교토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빛을 발한다. 1화의 토르와 이루루의 전투씬, 그리고 9화의 토르와 엘마의 전투씬은 내가 지금 일상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건지 판타지 배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건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그 외에도 또 다른 교토 애니메이션의 전통인 뜬금없는 개그 씬에서 등장하는 뛰어난 퀄리티의 작화도 이 작품에서 충실히 구현되어 있다. 아까 위에서도 말했던 보헤헤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를 보니 뛰어난 작화와 감독이 뒷받침하는 미칠 듯이 웃긴 개그 씬은 망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말했다. 세상을 떠난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의 연출을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이 작품의 감독을 맡았다고. 그 말대로 이시하라 타츠야는 전작보다 더 뛰어난 2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은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이 사랑스러운 가족 일상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구축해두었던 1기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을 캐릭터들의 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이용, 1기의 중심 소재였던 가족적인 요소를 줄이고 코미디 요소를 대폭 늘려 올타임으로 시청자들을 웃기는 뛰어난 코미디 애니메이션인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로 진화시켰다. 나는 이러한 작품의 뛰어난 재탄생을 감상하면서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은 역시 자신과 함께 '교토 애니메이션 삼대장'이라고 불리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과 故 타케모토 야스히로 감독의 스승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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