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Sonny Boy

나가레보시 2021. 10.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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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y Boy(2021)

(귀찮으신 분들은 영상으로 https://youtu.be/nS_dWe67Lgw)
1980년대생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는 야마다 나오코와 나츠메 신고라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감독들이 존재한다. 그중 <원펀맨>으로 유명한 나츠메 신고가 이번에는 직접 원작과 각본까지 맡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Sonny Boy>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나츠메 신고 감독이 "여러 가지 트릭이 있는 퍼즐 같은 애니메이션이므로 추리와 고찰을 하면서 시청해주셨으면 한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정말 난해함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면 난해함이 아니라 정교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각본에 담긴 인물들의 말 하나하나, 지나가는 장면들 하나하나에 여러 상징들과 메시지들이 숨어있을 정도다. 나도 한 회차를 기본 두 번은 돌려보고 겨우겨우 해석한 것이 있고, 거의 해석하지 못해서 자료를 찾아본 것도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난해한 작품이었다. 따라서 오늘 리뷰에서는 연출 해석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Sonny Boy>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담아낸 좋은 작품이다.

우리는 이제 아기새가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전반적으로 노력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세상, 부조리한 사회로 비유되는 이세계에서 주인공들이 이를 깨달으며 성장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면서 해쳐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즉, 어느 정도 사회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이보다도 성장물의 공식이 작품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남주인공 나가라와 여주인공 미즈호가 그들 사이에 있는 소녀 노조미에 의해 변화하고 끝내 이세계를 탈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노조미를 좋아하고 있던 나가라가 그녀의 영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미즈호는 그런 나가라에 의해 변화한다. 이후로 나가라와 미즈호는 지속해서 교류하며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킨다. 노조미의 영향력은 그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미치고 있다.

이세계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성장해가던 나가라는 이제 노조미 없이도 홀로 탈출 계획을 세우고 설명하기도 하면서 주체적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노조미는 그런 나가라를 옆에서 돕고 응원하고, 안식처가 되어주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다시 친구가 되어달라 말하자고 제안한다. 그 후 노조미가 죽고 나가라는 버틸 곳이 없어졌음에도 슬픔을 딛고 미즈호와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나가라는 이세계에서 노조미라는 안식처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안식처를 잃었음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의지할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세계를 탈출하면서 나가라는 말한다. "어차피 우리는 세상은 바꿀 수 없으니 괜찮아." 나가라는 그렇게 자신과 동료만을 믿고 거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원래 세계로 돌아온 나가라는 그런 한마디가 무색하게 원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 전의 찐따로 되돌아간다. 한편 유일하게 표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던 미즈호는 달랐다. 그녀도 원래 세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이세계를 확인하기 위해 유리병을 깨뜨리지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왔다는 현실을 자각한다. 그래서 미즈호는 컵을 깨서 현실을 자각하기 전에는 기억을 공유하는 나가라를 무시하지만 컵을 깬 후에는 원래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가라도 원래 세계로 완전히 돌려 보내주기 위해 두 번째 만남에서는 그를 만나주며 한마디 해 준다. "그 섬에서 봤던 네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괜찮아." 나가라가 이세계에서 보여줬던 주체적인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힘든 원래 세계에서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미즈호의 말에 실마리를 얻은 나가라는 성장한다. 표류 전에는 죽어가던 새를 무시했던 나가라는 이제 아침에 보았던 죽어가는 새를 구해주려 한다. 그러던 중 나가라는 먼저 새들을 구해뒀던 원래 세계의 노조미와 마주치고, 그녀가 살아남은 아기새를 맡아 기르겠다고 남자 친구 아사카제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 이제 나가라는 앞으로 나아간다. 죽어가는 아기새였던 자신을 맡아 기르고 성장시켜 끝내 날 수 있게 만든 안식처는 노조미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가라는 노조미와 약속했던 원래 세계에서 만나면 다시 친구가 되어 달라 부탁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 약속은 안식처인 노조미가 원래 세계로 돌아간 후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가라를 달래기 위해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안식처에서 벗어나 조금 더 길 뿐인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나가라는 안식처 노조미가 자신을 달래려 한 약속에 얽매이지 않고 날아가기 위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노조미라는 안식처와 미즈호라는 동반자를 통해 성장한 나가라는 유리컵을 깨뜨려도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지상낙원인 이세계와 달리 비정하고 부조리하여 살아가기 힘든, 유리컵이 깨지면 그대로 끝인 원래 세계에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것이 이 작품의 최종적인 메시지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마라.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마치며
애니메이션 <Sonny Boy>는 둥지 속의 아기새 나가라가 학교와 노조미라는 안식처를 떠나 동반자 미즈호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난해한 연출과 각본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밑바탕을 통해 나가라와 미즈호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끝내 깨닫게 된다. 바꿀 수 없는 세상이라도, 때로는 불리해지는 세상이라도 홀로 열심히 발버둥 치고 타인과 함께 해쳐나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도 그들처럼 힘든 세상을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 살 날은 아직 창창하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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