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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tdF0_y4FNME)
인간이라는 존재는 언제 죽는 것일까? 의학에서는 심장박동이 멈추고 신체가 기능을 완전히 정지했을 때 인간에게 사망 판정을 내린다. 법적으로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이 사람은 죽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의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이 망자를 기억해준다면 그는 살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픽사의 2018년 作 영화 <코코>에서도 망자는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혔을 때 비로소 완전히 소멸해 진정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이 있다. 이는 비단 격언이나 창작물 등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천 년간 인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곁을 먼저 떠난 망자들을 기억하는 문화를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왔다. 그중에서는 아예 특정한 날에 망자가 남겨진 자들의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풍습으로 만든 나라도 있다. 일본의 '오봉'이나 앞에서 이야기한 영화 <코코>의 배경이 되는 멕시코의 '망자의 날'이 그 예시다. 이처럼 의학적 관점에서의 죽음은 심장박동이 멈추고 신체가 기능을 완전히 정지했을 때일지 몰라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관념에서 죽음은 남겨진 자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히게 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불멸의 그대에게>는 이러한 관점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짊어진 채 인간이 되어가는 남겨진 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불사'는 인간이 되어가는 존재다. 그는 이름 그대로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다. 많은 작품들에서 불멸의 존재들은 모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고독한 존재로 그려진다. 대표적으로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은 신으로부터 벌을 받아 불멸하면서 사랑하는 이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고 추억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불사는 다르다. 불사에게 큰 영향을 미친 존재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들은 영혼이 되어 불사를 뒤따른다. 불사 또한 기억이 존재하는 한 그들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다른 작품들에서는 주인공에게 소중한 인물이 죽으면 그대로 끝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불사가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한 망자들은 계속해서 불사의 여정에 도움을 주고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중요 요소 중 하나는 기억이다. 이로 인하여 인간은 의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남겨진 자들로부터 기억되는 것으로 불멸할 수 있다는 관념이 판타지 세계관에서 실현된다.
그렇다면 이 판타지 세계관에는 기억을 빼앗고 방해하는 존재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노커'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끊임없이 불사를 노리며 망자에 대한 기억을 빼앗아 망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졌다. 불사는 기억을 빼앗기면 당연히 망자를 떠올릴 수도 없고, 망자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없다. 즉, 노커에게 기억을 빼앗긴 순간 불사를 뒤따르던 영혼들은 완전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고, 악역 포지션인 노커가 그 영혼들의 모습으로 변신하기까지 하는 것이니 정말 악랄한 고인 능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불사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지키면서 노커들을 물리쳐 나간다. 이것이 이 작품의 형식적인 주제이다.
형식적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는 그저 주인공 불사가 노커라는 적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구체에 불과했던 불사가 하나의 생명이 되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 이것이 <불멸의 그대에게>라는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주제이다. 불사는 수많은 삶과 죽음을 경험한다. 불사가 구체에서 돌멩이가 되어 의식 없이 존재해 있을 때, 그는 길을 지나던 늑대의 죽음에 자극을 받아 늑대로 변한다. 그 뒤로는 늑대의 원래 주인이었던 소년의 죽음을 통해 소년으로 변하고, 그렇게 불사는 인간의 몸을 얻게 된다. 하지만 껍데기만 인간의 모습일 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습득하지 못한 불사는 그저 말 그대로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일 뿐이었다. 그런 불사에게 인간성을 가르쳐주는 캐릭터가 바로 니난나의 소녀 '마치'와 형제 '구구', 그리고 노파 '피오란'이다.
마치는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일 뿐인 그에게 '불사'라는 이름을 준다. 모든 생명체는 이름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에게 이름을 주는 존재는 부모다. 즉, 마치는 불사에게 있어 부모와도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마치는 불사를 자식처럼 돌보아주면서, 불사는 성장해나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불사에게 큰 영향을 미친 마치는 영혼이 되어 불사의 뒤를 따르게 되고, 불사는 이를 통해 마치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구구와 피오란은 불사에게 가족의 의미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존재들이다. 구구는 피오란이 데려온 불사를 처음에는 기피하지만 곧 마음을 열어 불사의 형이 되어준다. 불사 또한 구구를 따르며 함께 노커를 물리치기도 하는 등, 깊게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피오란 또한 불사의 가족임과 동시에 그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불사가 마치를 잃었을 때도, 구구를 잃었을 때도 피오란은 불사의 곁에 있어주며 그가 인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불사는 피오란을 잘 따랐고, 그녀가 죽자 어느 때보다 처절히 슬퍼한다. 이처럼 구구와 피오란도 불사에게 큰 영향을 미친만큼, 그들은 불사의 뒤를 따르게 된다.
이처럼 불사의 곁에서 떠나간 사람들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온 것일 뿐, 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엄연히 불사의 뒤를 따르며 그를 지키고 있고, 불사 또한 떠나간 이들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그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멸의 그대에게>가 특별한 작품인 이유는, '남겨진 자들이 망자를 영원히 기억하는 한, 망자는 죽지 않는다'는 격언을 판타지를 통해 아름답게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영화 <코코>도 이와 비슷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코코>는 망자들의 시선을 통해 격언을 실현시킨다면, <불멸의 그대에게>는 남겨진 자의 시선을 통해 실현시킨다는 것에서 확실한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 <불멸의 그대에게>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짊어진 채 앞으로 나아가는 자의 이야기를 어떤 단어로 표현하면 좋을지 계속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그 후 충분히 생각이 정리될 때 즈음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때 비로소 완전히 깨닫게 된다. 모든 생명은 삶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이 나지만, 이를 거스르고 유일하게 불멸할 수 있는 생명은 남겨진 사람들로부터 기억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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