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

나가레보시 2021. 10. 1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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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라이브! 슈퍼스타!!

(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KwKXxeU3zBE)
작년에 나온 시리즈의 전작 <러브 라이브! 니자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를 보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이게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다. 이 이상으로는 장르의 한계가 있겠구나.' 이 생각은 반년만에 깨지고 말았다.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는 명실상부 시리즈의 최고작이자,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던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작품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 작품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전작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가 워낙에 잘 뽑힌 작품이기도 했고,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큰 실책을 보여준 <러브 라이브!>의 감독이었던 쿄고쿠 타카히코가 메가폰을 잡고 각본가였던 하나다 줏키가 다시 각본을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쿄고쿠 타카히코의 경우 영상미로는 정말 뛰어난 감독이고, 스토리에 있어서도 저번에 리뷰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을 통해 큰 호평을 했을 정도로 발전하기는 했다. 그래도 짱구와 러브 라이브는 장르부터 다른 작품이고 무인편에서 보여준 실책들도 있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러브 라이브의 팬인 이상 의무감에서라도 시청해보기로 했다. 그 의무감이 다시 팬심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번 러브 라이브는 무인편과 선샤인의 장점, 그리고 외전인 니지동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내는 데에 성공하면서 좋은 작품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적 개편
어째서 이번 러브 라이브는 예상을 깨고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물론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과 각본가 하나다 줏키의 성장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에는 시청 연령대의 하향과 기존의 9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멤버 인원수 개편이 제대로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엔터테인먼트적 개편이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인 것이다.

외전인 니지동을 제외하더라도 본편인 무인편과 선샤인애는 흔히들 말하는 '씹덕'의 분위기가 정말 강하다. 그래서 그들을 겨냥한 캐릭터들로 멤버들이 채워져 있다. 반짝임, 일명 '키라키라(キラキラ)'를 목표로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는 리더 캐릭터,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지고 만 니코니코니의 주인공 니코처럼 분위기 메이커용 츤데레 캐릭터, 도도한 학생회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전 매력이 있었다거나 하는 갭 모에 캐릭터가 그 예시다. 이런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니 당연히 이들을 뒷받침하는 대사와 연출도 덩달아 씹덕화 될 수밖에 없고,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된다.

그런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신작의 방영이 이번에는 NHK 교육(한국의 EBS에 해당)이라는 교육 방송 채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오타쿠들을 넘어서 이제 어린이들에게까지 러브 라이브 시리즈를 팔아먹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런데 세상에 어떤 어린이들이 앞으로의 목표가 키라키라인 아이돌들에게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러브 라이브는 씹덕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거기에다 '모두가 차별 없이 하나가 되어 자유롭게 꿈을 이룬다'는 매우 직관적이고 유익한 주제도 생겨났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추상적이고 씹덕 망상 같은 주제를 가진채 온갖 비현실적 전개가 벌어지던 전작보다 개선된 전개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 애니메이션에는 숙명과도 같은 문제가 있다. 캐릭터들을 어필시켜서 주요 고객인 오타쿠들에게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전작에선 씹덕 캐릭터들이 9명이나 등장해서 온갖 비현실적 전개를 벌였던 것이고, 실제로 그 결과로 피규어 같은 상품들이 팔렸다. 하지만 이는 수익은 가져다 줄지 몰라도, 9명이라는 많은 캐릭터의 분량 조절을 실패하게 만들어서 작품의 퀄리티는 낮추게 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이번엔 멤버를 5명으로 과감히 줄이고, 캐릭터들을 더 섬세하게 조형했다. 전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유형별로 나누고, 장점만 취합해 낸 것이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리더 캐릭터인 카논만 보아도 전작의 리더들보다 더 리더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외의 캐릭터들도 모두 전작보다 의젓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아까 말한 어린이들을 위해 유익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어린이 시청자를 잡는다는 목표와 오타쿠들에게 상품을 팔아먹는다는 목표, 그리고 작품의 퀄리티 상승이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했을 제작진들이 불쌍해진다.

뛰어난 캐릭터의 조형
방금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의 캐릭터 조형은 정말 뛰어나다. 이 파트에서는 이 캐릭터 조형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분석해 볼 생각이다. 러브 라이브의 캐릭터 유형은 리더, 리더의 최측근, 1학년 막내들, 3학년 선배들 정도로 나뉘고, 그 안에서 또 다시 갈리게 된다.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는 이러한 유형을 가진 9명의 기존 시리즈 멤버들의 특징이 융화 및 변형되어 만들어졌다.

우선 리더인 카논의 경우, 기존의 리더들의 클리셰처럼 적극적으로 스쿨 아이돌을 만들고자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 대신 무대공포증을 멋지게 극복하면서 스쿨 아이돌을 만들고자 하는 쿠쿠를 돕는다. 또한 리더라는 직책에 멤버들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직접 듣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젓하고 올바른 아이이기도 하다.

스미레의 경우에는 무인편의 니코와 선샤인의 요시코로 대표되는 츤데레 캐릭터들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때 쇼 비즈니스 세계에 몸담았다는 것으로 어필을 한다거나 '갤럭시'라는 말버릇을 달고 사는 것이 그 예시다. 하지만 스미레는 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컨셉을 잡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히려 멤버들 중에서 카논과 함께 가장 의젓하고 씩씩한 캐릭터에 속하고 있다. 항상 쿠쿠와 다투지만 뒤에서는 챙겨준다던지, 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던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모습을 보고 스미레의 팬이 되었다.

치사토는 무인편의 코토리와 우미, 선샤인의 요우와 리코로 대표되는 리더의 측근 캐릭터들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인편보다는 선샤인의 요우와 리코를 합친 느낌이 많이 난다. 리더 캐릭터와 소꿉친구라는 것에서는 요우와 비슷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에서는 리코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두 캐릭터의 캐릭터성을 어레인지 한 후 치사토만의 캐릭터성을 새로 구축해 합친 듯한 느낌으로 볼 수 있다.

렌은 누가 보아도 무인편의 에리와 선샤인의 다이아로 대표되는 기존의 학생회장 캐릭터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무인편과 선샤인의 3학년 캐릭터들을 조금씩 섞은 느낌도 난다. 그럼에도 3학년생들과 다른 느낌이 조금씩 나는 이유는, 이번 멤버들은 전부 1학년으로 동갑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담으로 이 덕분에 멤버들 간의 감정적인 모습들이 더 조명되기도 하는데, 동급생인 만큼 서로 여러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시간이 기존 작품들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감정 묘사들의 퀄리티도 좋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듯이 카논, 스미레, 치사토, 렌까지 4명의 캐릭터들은 기존의 무인편과 선샤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성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거기서 새로운 캐릭터성을 창조하여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쿠쿠는 조금 다르다. 쿠쿠는 무인편과 선샤인으로 대표되는 정통 시리즈보다는 외전 시리즈인 니지동 캐릭터의 특성을 더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쿨 아이돌의 팬이고 주변 인물이 스쿨 아이돌이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서 유우의 특성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다 중국에서 왔다는 설정과 이를 기반으로 창조된 설정을 가미하여 쿠쿠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이번 러브 라이브의 캐릭터는 정말 잘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기존 러브 라이브 캐릭터들의 특성을 적절히 조합하고, 거기에다 새로운 캐릭터성을 창조, 가미하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왔다. 내가 이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이번 러브 라이브의 캐릭터들을 전부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좀 엉뚱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러브 라이브의 팬이었음에도 캐릭터들의 팬까지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의 캐릭터들은 모두 좋아하게 됐다. 이유는 앞에서 말했던 기존 캐릭터들의 특성 혼합에도 있지만, 캐릭터 디자인이 내 취향으로 나온 것에도 있긴 하다. 어쨌든 난 리엘라가 너무 좋아졌다.

영상 퀄리티와 전개의 발전
우선 이번 러브 라이브의 영상 퀄리티는 정말 굉장하다. 특히 라이브씬이 그렇다. 원래부터 3D와 미술에는 정평이 나있던 쿄고쿠 타카히코 감독답게, 3D 캐릭터 모델링은 전작들보다 발전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무대 미술의 수준도 정말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했던 것은 라이브씬의 카메라다. 러브 라이브 시리즈는 3D 모델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니지동부터 2D 그림보다 3D 모델링을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면 더 다양한 장면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옆모습을 2D 그림보다 더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이러한 카메라의 활용은 니지동에서 한 번 시험되었고, 이번 슈퍼스타에서는 더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그 결과 더 섬세하고 자세한 라이브씬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토리 전개도 더욱 발전했다. 정확히는 위에서 말했던 엔터테인먼트적 개편으로 인해 덩달아 발전한 것에 가깝긴 하다. 기존의 9인 멤버 체제에서 5인 체제로 바뀌면서, 캐릭터들의 분량 조절도 더 쉬워진 것이다. 덕분에 분량에 쫒겨 러브 라이브 시리즈 1기의 주요 스토리인 각각의 캐릭터들의 고민 묘사 및 해결 과정이 부실했던 무인편과 선샤인보다 더 밀도있는 묘사와 해결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캐릭터들에게 매력이 기존보다 더 더해지고, 이는 내가 러브 라이브 시리즈 최초로 캐릭터들을 전부 좋아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총평
단언하겠다.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는 러브 라이브 시리즈의 최고작이다. 라이브씬을 위시한 영상미, 캐릭터 조형, 스토리 전개, 음악, 캐릭터 디자인까지 역대 최고를 찍었다. 그 외에도 어린 시청자들을 노리기 위한 코미디의 대폭 증가도 장점이다. 정말 웃기고 재미있다. 물론 이렇게 침이 마르도록 호평해도 이 작품이 어린이용보다는 오타쿠용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나 같은 씹덕처럼 라이브씬의 오글거림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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