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SSSS.DYNAZENON

나가레보시 2021. 8.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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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S.DYNAZENON(2021)

(영상으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euNuCVr8_Qg)
나는 로봇이 나오는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전작인 <SSSS.GRIDMAN>도 서사 면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로봇 전투씬은 별로였다. 그러나 <SSSS.DYNAZENON>은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그렇게 재미없다고 기피했던 로봇 전투씬조차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이 작품은 그런 로봇 전투 장면보다도 호평할 것이 정말 많다. 그만큼 서사 면에서도, 연출 면에서도, 캐릭터의 조형 면에서도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전에 <VIVY ~Fluorite Eye's Song~>을 리뷰할 때 이야기한 적이 있다. <VIVY>도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후에 리뷰할 동분기의 어떤 작품보다는 못했다고.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이 작품의 이름을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

 

군상극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군상극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들이 다이나제논을 타고 괴수우생사상과 싸운다는 메인 스토리 속에 요모기와 유메의 러브라인, 코요미와 치세의 성장, 가우마와 공주의 비밀, 나이트와 2대의 이야기, 괴수우생사상의 비밀이 각자 전개된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어지러운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SSSS.DYNAZENON>은 이러한 군상극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래서 로맨스, 성장, 거대 로봇이라는 각각의 장르들이 무너지지 않고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면서도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요모기와 유메 파트를 중심으로 작품을 시청해서 그런지 두 사람의 로맨스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로봇물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의 거대 로봇 전투씬은 거대 로봇물을 싫어하는 나조차도 정말 재미있게 봤을 만큼 잘 만들었다. 분명 전작인 <SSSS.GRIDMAN>처럼 특촬물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장면들인데 왜 전자는 재미있었고 후자는 별로였던 것일까? 나는 전투씬에도 드라마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드라마라고 말했지만 그냥 전투씬에 대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다이나제논의 전투 방식은 그리드맨과 달리 주인공들이 각자 로봇을 타고 협동하며 싸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캐릭터들이 대화를 하면서 싸우게 된다. 이러한 대화들이 존재하면 대화가 거의 없이 전투를 진행했던 그리드맨 때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이 대화에 집중하게 되면서 전투씬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전투씬 속의 대화도 적절한 개그들이 등장하거나 작품의 서사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자유와 부자유

작품 속에서 괴수우생사상의 멤버인 시즈무는 괴수를 통해 죽음도 거스르는 완벽한 자유를 얻겠다고 주장하고, 요모기를 필두로 한 주인공 일행은 이에 부자유라는 이름으로 맞선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보통의 작품이라면 악당이 부자유를 선언하고, 주인공 일행이 이를 막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선언하는데 말이다. 이 작품에서 자유는 통제할 수 없는 자유이다. 즉,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심을 의미하고 있다. 반면 부자유는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타심을 의미한다. 자신의 자유가 조금은 침해받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과 모두를 저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세상 중 주인공 일행은 전자를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약속과 사랑, 그리고...

작중 리더인 가우마는 "이 세상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있다. 약속과... 사랑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마지막 하나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단어가 궁금했던 나는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다. 나는 가우마의 입버릇이었던 이 말의 마지막 단어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로 꿈은 '유메(夢)'다. 이는 작품의 히로인인 미나미 유메의 이름과 같다. 이를 앞에 등장했던 두 단어인 약속, 사랑과 엮어보면 초반에 유메가 요모기를 불러놓고 바람 맞힌 것을 계기로 다이나제논 일을 하게 된 두 사람이 마음을 키워가고, 결국 유메를 사랑하게 된 요모기가 모든 사건이 끝나고 유메와 이루어져 그녀를 영원히 지키고자 맹세하는 러브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즉, 마지막 단어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는 요모기와 유메의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요모기가 유메를 지키며 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꿈이라는 단어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의 은유로만 사용되었을 리는 없다. 말 그대로 약속, 사랑, 그리고 꿈(장래나 미래 같은)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도 당연히 암시되어있을 것이다.

 

SSSS.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세 번째 작품인 <SSSS.DYNAZENON>의 SSSS. 는 Scarred Souls Shine like Stars. 의 약자로, 상처 입은 영혼들은 별처럼 빛난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작품의 주인공인 요모기와 유메, 코요미와 치세는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가 존재한다. 요모기는 부모님의 이혼, 유메는 언니의 죽음, 코요미는 떨치지 못한 미련이라는 상처들이 존재하고, 치세는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등교 거부 중인 것으로 보아 그녀에게도 마음 속 상처가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마지막화에서는 이러한 상처들이 빛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싸움에서 가우마 부대원들은 전부 S자 흉터를 얻는다. 이후 가우마가 죽고 코요미는 미련을 끊어내 백수를 탈출하고 유메와 요모기는 연인이 되어 함께하며, 치세도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다. 즉, S자 흉터(상처)를 입은 영혼들이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유일하게 흉터를 얻지 않는 치세는 SSSS. 에서 마침표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작품의 마지막 유메의 대사를 보면, 이제 주인공들은 상처를 껴안고 빛나며 함께 살아갈 것이리라.

 

총평

<SSSS.DYNAZENON>은 거대 로봇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마저 꺾어버리고 만점을 주게 만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곳곳에서 왕도적인 스토리 전개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를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주제, 뛰어난 연출과 혼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SSSS.DYNAZENON>은 거대 로봇물로도, 히어로물로도, 성장물로도, 로맨스물로도 전부 명작이라는 칭호를 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상처, 안 사라지네."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몇십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을 테니까."
-<SSSS.DYNAZENON> 최종화, 유메와 요모기의 대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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