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에그를 깨고 평행세계의 또 다른 자신(아이 2라고 하자)을 만난다. 평행세계에서는 아이가 혼자가 되지 않도록 구해줬던 코이토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결국 아이 2는 이지메와 여러 복합적 이유로 인해 자살하고 만다.
아이 2가 자살한 이유는 1차적 이유와 2차적 이유로 나뉜다. 1차적인 이유는 코이토의 부재로 인해 의지할 사람 없이 이지메에 당한 것이고, 2차적인 이유는 두 세계의 아이가 공통적으로 하고 있던 고민 내지 문제인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사와키 선생님이 자신을 돌봐주는 걸 구실로 엄마와 연애를 하고 있었다'이다.
아이는 이 문제를 에그 세계 히어로 활동에서 얻은 친구들과 깨달음으로 사와키 선생님을 그가 코이토의 죽음에 얽혀있다는 것과 엄마와 교제한다는 단편적 사실로 만들어 낸 편견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속마음으로 바라보고자 하며 어느 정도 극복해낸다.
하지만 아이 2는 그렇지 못했으며, 그 누구와도 상담해보지 못한 채 '어른들의 사랑은 더럽고, 순수한 채로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죽음의 유혹(아마 저번에 나왔던 프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에 이끌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런 채로 에그 세계에서 아이'들'은 히어로와 소환자의 관계로 만난다. 그들 앞에 아이에게는 선생님의 단편적 편견으로 만들어진 악당으로, 아이 2에게는 무서운 트라우마이자 사실인 그 자체로 나타난 원더 킬러 사와키는 그들을 맹렬히 몰아간다.
그렇게 공격받던 아이는 아이 2처럼 유혹의 손길에 이끌린다. 그들은 아이 2를 유혹했던 것처럼 코이토와 사와키를 내세워 '어른들은 더러운 사랑만 해. 순수한 감정을 가진 채로 죽어버리는 것도 좋은 일이야.'라며 아이를 유혹하고, 코이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떨어지기 일보 직전에 이른다.
이는 아이와 아이 2가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한 번 더 조명하며, 평행세계의 아이 2와는 달리 아이는 다른 선택을 할 것임을 보여준다. 아이는 유혹을 뿌리치며 평행세계의 자신에게 외친다. '실은 죽은 거 후회하고 있지? 크게 대답해!' 이에 아이 2는 화답한다. '후회하고 있어. 엄마가 보고 싶다고!' 여기서 아이가 유혹의 흔들리지 않고 아이 2의 진심을 이끌어 낸 것은 코이토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후술한다.
아이 2는 아무에게도 엄마와 관련된 문제를 털어놓지 못한 채 죽었다. 그런 아이 2는 후회하며 엄마를 부른다.
아이는 그런 평행세계의 자신이 안쓰럽다. 자신은 그런 고민을 상담해 줄 친구들과 '어른들은 이상해!'라고 소리치며 베팅 센터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에그 세계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엄마에게 '잘해봐, 응원할게!'라는 한 마디를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 2는 '어른들은 이상하고 더럽다'라는 공감을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들었기에, 홀로 죽고 만다.
다시 돌아와서, 아이가 코이토로부터 죽음의 유혹을 들었을 때 죽지 않은 이유는, 아이는 아직 코이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으며, 코이토는 아이에게 있어 친구가 되어주며 자신을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구해준 존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는 평행세계의 자신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유혹의 세계를 부수고 자신을 구한다. 이 때 어느 쪽이 아이이고 평행세계의 아이인지 일부러 분간하기 힘들게 연출해서 둘 다 아이'들'의 진심이라고 표현하는 연출이 인상깊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다. '심연을 들여다 보려는 자, 반대도 그 쪽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잊지 마라.' 누군가의 문제를 깊게 이해하다 보면 자신의 문제도 함께 드러난다는 말이다.
까딱하면 아이는 그런 니체의 말처럼 평행세계의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유혹에 당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는 평행세계의 자신을 통해 자신의 심연을 이해하고 에로스의 전사가 되어 타나토스와 싸우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이들을 되살리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다. 죽음에 대비되는 사랑의 힘으로 심연 속 죽음의 유혹을 이겨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 때문에 죽고, 살고, 용기와 의지를 얻기도 한다. 감독이 스케줄 조절에 실패해서 특별편(이라고 쓰고 마지막화라 읽는다)이 3개월 뒤에 공개된다고는 하지만, 연출과 각본은 수준급의 작품이었으며 마지막화까지, 아니 완결이 나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사랑할 것 같다.
<원더 에그 프라이어리티>는 2021년 1분기 최고의 작품이자, 2021년 전체로 통틀어 보아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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