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

나가레보시 2021. 5. 2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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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2020)

2008년 미국은 거대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불리는 미국발 경제 위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큰 타격을 주었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파산했고, 이들 중 일부는 노매드(유목민)가 되어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유목민이라는 이름 그대로 잠시 정착해서 일하고 그 돈으로 다시 떠돌아다니는 삶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노매드들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서로 생활 팁을 전수해주고, 함께 일할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물물교환도 한다. 그들은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최선을 다해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영원한 작별의 인사는 하지 않는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노매드인 그들은 몇 달, 몇 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길 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펀도 같은 경험을 한다. 노매드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잠시 일을 함께 했던 노매드의 집에 초대를 받기도 한다. 펀은 그 과정에서 노매드로 변화해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펀은 다시 초반처럼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고,  다시 돌아온 모임에서 주최자 밥 웰스를 다시 만난다. 웰스는 한번 만났던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며  펀에게 깨달음을 준다.

이후 남편과 함께 살던 몰락한 도시로 돌아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펀은 다시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떠돌기 시작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똑같은 경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본 끝에, 자기 자신과 재회한 그녀는 이제야 진정한 노매드로 거듭난 것이다.

영화는 2008년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많은 실업자들을 비춘다. 실업자들은 어느샌가 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일하고, 다시 떠나길 반복하는 21세기판 유목을 시작한다. 홀로 거대한 세상을 떠돌아다니기에는 벅차다는 것을 깨달은 유목민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커뮤니티에는 펀처럼 살기 위한 유목을 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달래기 위해 떠난 사람도, 죽기 전 삶을 되돌아 보기되돌아보기 위해 떠난 사람도 있었다. 그들과의 교감이 준 깨달음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했던 유목이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할수록 아름다운 인생의 순례로 바뀌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새로운 마음으로 순례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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