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xM0pm8ubeM (직접 제작한 리뷰 영상입니다. 글을 읽기 불편하신 분들은 영상으로 시청해 주세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는 안노 히데아키가 자신의 정신 이상으로 난해해져 버린 구 에반게리온을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에반게리온: 파>까지는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다. 신극장판이 엔터테인먼트라는 방향을 잃고 Q에서 엇나간 것은 안노 히데아키가 신극을 만들며 재발한 우울증 때문. 따라서 신극장판의 마지막 시리즈인 이 영화에는 이 우울증을 극복하고 에반게리온을 끝내기 위한 안노의 염원이 담겨있다.
우울증의 극복은 신지와 레이가 각각 어른이 되는 것과 존재를 얻는 것으로 묘사되고, 에반게리온을 끝내고자 하는 염원은 구작과 신극을 하나의 연극으로 묘사하여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로 마리와 신지를 넘겨버리는 것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작품의 1부와 2부는 판이하게 다르다. 1부는 안노의 우울증 극복기고, 2부는 에바를 끝내기 위한 안노의 분투라고 볼 수 있겠다.
요약하자면 이 작품은 스토리적으로는 "나도 우울증을 극복하고 나 자신을 찾았으니 너희들도 해보셈"이라고 안노가 말하는 것이다. 이를 메시지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애초에 안노는 즉흥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메시지보다는 '내가 저렇게 해냈다'라고 자랑하는 것에 가깝다. 작품적으로는 캐릭터들이 영화 속의 인물임을 인지하고 있는, 즉 메타픽션을 활용해 구작과 신극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은 뒤 그대로 끝내버린 것이다. 이 메타픽션 요소를 구작 제작 당시 스케줄을 맞추지 못해 콘티와 원화 수준의 그림을 방송한 일화를 오마주한 것과 합쳐 보여주는 후반부는 의도가 보여서 웃겼지만 괜찮기도 했다.
이를 다 합쳐 대충 요약해 평가해보자면 영상미로는 깔 것이 없고, 후반부의 군데군데 어색한 움직임의 전투씬은 오타쿠 안노가 특촬물 연출을 따라한 것이니 딱히 까고 싶지 않다. 스토리도 1부와 2부가 크게 유리되어 따로 놀긴 하지만 이해는 가는 수준. 한 가지 별로였던 점은 정말 좋았던 레이와 신지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1부와 구작과 신극을 이어 현실 세계로 떠나는 2부 사이의 중반부였다. 따로 노는 두 파트를 이어주어야 하니 이해하기 힘든 설정을 남발하며 그 간극을 어렵게 잇고 있었다. 종합해보자면 매우 뛰어난 영상 퀄리티와 정돈된 연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스토리는 좋았지만, 그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한 각본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 이제 애니는 그만 만들고 실사 영화나 만들다가 망쳐서 은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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