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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정말 많다. 피부색, 가치관, 성별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사람들끼리는 증오와 차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저마다 다른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성적인 주인공 '카이'는 꽤 좋은 작곡 실력을 갖고 있는 사춘기 소년이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친구들은 밴드 '세이렌'을 결성, 카이를 입단시킨다. 그들은 몰래 연습을 하고 있던 섬에서 그들은 인어 '루'를 만나고, 마을 사람들의 증오와 루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을 이겨내고 위험에 처한 마을을 구해내야 한다.
주인공의 사는 마을은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시골 마을이다. 이마저도 언젠가는 서서히 쇠락해 갈 예정이다. 거기다 노인들은 인어라는 생물을 증오하고 배척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루'는 마을을 부흥시킬 관광 상품이고, 누군가에게는 내쫓아야 할 증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상반된 주장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에서 정작 당사자인 '인어들의 의사'는 온데간데없다.
결국 인어들의 우두머리이자 '루'의 아버지인 대왕 인어는 이에 분노하고 만다. 이제 마을은 해일에 휩쓸려 갈 일만 남았다. 이때 카이와 친구들이 나타나 '루'와 대왕 인어를 구하면서 '인간과 인어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대왕 인어는 오해를 풀며 인간들과 함께 해일을 막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힘이 부족할 때는 카이가 나타나 노래를 부르며 인어들에게 힘을 전해주고, 인어들은 우산을 쓰고 햇빛을 막으며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 카이의 노래가 흘러나오며 화합의 장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사실 인어는 사람을 잡아먹는 흉포한 생물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다 인어로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노인들도 오해를 푼 채 인어가 되어 신세대를 지켜보는 존재가 된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라는 제목에서 '루의 노래'는 다른 존재와의 '화합'을 상징한다. 오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두 종족은 노래를 통해 화합의 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에서 유아사 마사아키는 '대중화'되었다.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나 <루의 노래>와 같은 해에 공개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대중들에게 잘 먹힐 듯한 귀여운 외모의 인어 '루', 최고의 밴드가 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아이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주제가까지, 이 영화는 훗날 개봉한 유아사 감독의 다른 작품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과 함께 그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유아사 마사아키는 자신의 색을 잃지 않았다. 대중성과 타협했음에도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사람들의 현란한 발놀림, 후반부에 등장하는 카이의 연주 장면, 카이의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에 얽힌 오해를 푸는 장면이나 유아사 감독만의 물을 움직이는 연출 등을 보면 유아사의 연출은 절대 대중성이라는 타협에 눌리지 않고 오히려 돋보이고 있다.
유아사 마사아키는 재밌는 감독이다. 그보다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감독도 드물 것이다. 점점 유아사 감독의 작품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만의 개성이 조금씩 약해져 가는 것이 아쉬워질지도 모르지만, 유아사 마사아키라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그의 작품을 전부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차기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