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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나가레보시 2021. 2. 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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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

2019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ufotable(이하 유포테이블)은 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제작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서 발표된 극장판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일본 흥행 1위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었다. 귀멸의 칼날 TVA를 재밌게 보았던 나였지만, 이게 가능한 수준인가 놀라서 극장을 찾았다.

우선 호평을 받았던 TVA 보다 더욱 진일보한 영상의 퀄리티는 호평할 요소이다.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의 화려한 이펙트와 열차 안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현란한 카메라 무빙은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록 대단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원작의 무한열차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고, TVA의 연장선상이다. 그래서 영화가 아니라 TVA를 보고 있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TVA의 장점과 단점이 전부 섞여 들어간 와중에 단점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우선, 너무 과장이 심하다. TVA에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개그 씬들이 영화에도 그대로 나오는데, 이게 정말 거슬린다. 염주 렌고쿠의 능력을 보여주는 씬이 끝나고, 탄지로와 동료들이 그를 형님(あにき, 아니키)이라 부르며 찬양한다. 이 장면은 몰입을 전부 망쳤다. 집에서 보는 TVA였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겠지만 여긴 집이 아니었고, 이런 오글거리는 장면을 공공장소인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본다는 건 정말이지 힘들었다. 그 뒤에도 이런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특히 이노스케와 젠이츠의 꿈속 장면을 보는 건 고역이었다.

물론 전부 그런 건 또 아니라서 주역인 탄지로와 쿄쥬로가 꿈속을 탈출하기 위해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시퀀스와 탄지로와 염주 쿄쥬로의 불우한 가정사는 볼만했다. 그러나 후반부는 유포테이블도 스토리로 살릴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눈물을 짜내는 신파와 화려한 영상 퀄리티로 승부한다. 염주의 마지막 싸움에서는 전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후세대에게 뒷일을 맡기고 퇴장하는 그의 앞에 나타나는 어머니의 잔상은 몰입해서 봤다면 눈물을 흘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은 제작사들이 지렁이였던 원작 만화를 용으로 진화시키는 실험을 해서 성공한 것이라는 글이었다. 원작 만화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지렁이 급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스토리를 보면 레전드급 영상 퀄리티로 용을 만든 것 맞는 말 같다.

<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스토리적으로는 크게 아쉬웠지만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잘 와닿았고 누가 봐도 감탄할 레전드급 영상 퀄리티는 호평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며, 일반인은 보기 힘든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일반인, 오타쿠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귀멸의 칼날은 인기를 견인하며 제대로 완결을 낼 수 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 작품을 계기로 오타쿠 소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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