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자토이치는 여러 번 리메이크되었을 만큼 인기 시리즈였던 영화 자토이치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의 자토이치는 다른 자토이치 영화들보다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키타노 감독의 색으로 잘 물들여져 있다는 반증이다.
기본적으로는 주인공인 맹인 검객 자토이치가 어느 마을에 잠시 머물게 되면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히어로 무비라고 할 수 있지만, 야쿠자 영화의 대가인 키타노 감독의 작품답게 야쿠자 영화의 색이 짙게 묻어 나온다.
자토이치와 싸우게 되는 악당들은 마을을 점거하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야쿠자의 모습을 보이고, 그 외에도 조직들의 세력 싸움이라던지 하는 야쿠자 전쟁을 묘사한 듯한 장면들도 나온다.
야쿠자가 점거한 마을의 주민들, 야쿠자, 그리고 정의의 사도 자토이치를 둘러싼 스토리는 신선함과 유쾌함의 절정이다. 칼을 별로 맞대지도 않고 바로 베어버리는 어딘가 부족한 것 같은 자토이치의 무쌍 액션과 일부러 조잡하게 만든 선혈 CG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검객 영화와는 다르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하며, 웃음을 짓게 된다.
유쾌함의 절정에 다다르는 것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자토이치의 정체와 인도 영화가 생각나는 탭댄스다. 자토이치의 정체가 밝혀진 뒤 나오는 엉뚱한 개그와, 악당들이 물러간 마을의 축제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탭댄스는 웃기면서도 키타노 타케시라는 사람이 넣고 싶었던 요소를 전부 집어넣은 그만의 영화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최강(最强)이라는 캐치프라이즈는 키타노의 자토이치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작중에서 자토이치는 일부러 눈을 감고 다니며 감각을 강화한 결과 도박에 엄청나게 강하며, 최종 보스라고 할 수도 있는 강자 '핫토리 겐노스케'조차 최종 전투에서 자토이치의 어깨를 부상 입히는 것에 그치고 질 정도다.
이러한 최강이라는 컨셉을 반영하기 위해 칼을 별로 맞대지 않고 시원하게 베어버리는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액션이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며,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밋밋하기는커녕 정말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자토이치'는 그만의 특기인 야쿠자 장르를 십분 활용하여 만들어 낸 시대극이자, 야쿠자에게 점령당한 마을을 구하는 자토이치의 이야기를 담은 히어로물이기도 하다.
키타노 감독 특유의 야쿠자 감성과 재미있는 개그들, 시원시원한 액션들이 합쳐진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키타노 타케시라는 사람은 어떤 장르든 작품이든 자신의 색깔로 물들일 수 있는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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