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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

나가레보시 2021. 1.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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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1998)

경찰인 니시는 얼마 전 아이를 잃었고, 아내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며, 자신이 자리를 뜬 사이 동료들은 범죄자들에게 총을 맞고 장애를 갖거나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야쿠자에게 돈을 빌려 동료와 동료의 가족을 돕고 은행 강도를 계획, 성공하여 돈을 갚은 후 남은 돈으로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자신을 뒤쫓아 온 동료 형사들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는,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영화의 제목인 하나비는 일본어로 花火(はなび)라고 쓰고, 불꽃놀이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초반에는 제목인 하나비와는 전혀 다른 그저 그런 형사물로 보인다.

 

그러나 점점 사건이 진행되며, 주인공 니시가 범죄를 저질러가며 동료에게 그림 도구를 선물하고, 아내와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제목의 의미는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그림 도구를 선물 받은 호리베는 불꽃놀이를 그린다. 니시와 아내는 함께 앉아 불꽃놀이를 구경한다. 호리베와 니시의 아내는 각각 좋은 취미와 죽기 전의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니시는 점점 삶과 멀어져 가기 시작한다. 은행을 털고, 자신을 뒤쫓아 오는 야쿠자들을 전부 죽여버리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 그 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보인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 세상, 삶의 의지를 끊어버린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니시는 그전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불꽃놀이 폭약을 점화하듯 말이다.

 

삶을 끝내기 전 불구가 되어 살아있는 동료에게 새 삶을 찾아주기 위해, 세상을 떠난 동료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죽어가는 아내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것만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는 스스로를 점화하여 불꽃놀이가 된다.

 

그가 점화한 불꽃놀이의 시작은 서툴지만 좋은 그림을 그린 호리베와 여행을 하며 즐거워하던 아내처럼 화려하게 쏘아 올려져 폭발하는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가, 결국 죽어가는 아내와 함께 두 발의 총성으로 삶의 연속을 끊었던 니시처럼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니시는 남은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저 더 이상 살아갈 이유 자체가 없어져버리고 말았기에 삶의 지속을 끊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인생이란 그저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폭발하는 리즈 시절을 지나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사그라드는 것임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불꽃놀이의 불꽃이 지속되는 시간 동안, 즉 삶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하고 있고,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삶은 순간 화려하게 터지고 그 후에는 천천히 사그라드는 불꽃놀이와 닮았다. 당신은 삶이라는 불꽃놀이가 지속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나의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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