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애니메이션 '시로바코'의 극장판인 '극장판 시로바코'를 봤다. TVA에서 너무 잘 완결내서 극장판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극장판 제작 소식이 들리자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TVA에서 주인공들의 성장과 성공을 제대로 완결 냈는데 더 이상 이야기를 지속할 소재가 있기는 한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걱정은 미야모리가 다니던 애니메이션 회사가 투자사의 갑질로 몰락해버렸다는 충격적인 전개로 해소되었다.
TVA에서 미야모리와 동료들의 활약으로 부활한 무사시노 애니메이션, 그 뒤로 회사는 수작들을 제작하며 승승장구 하지만 힘을 주고 제작하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투자사가 강제로 제작 중지시키면서, 사전제작 비용을 받지 못해 무사시노 애니메이션은 몰락하고 만다.
그렇게 다시 하청으로 먹고살던 무사애니 앞에 극장 애니메이션 기획이 들어오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주인공 미야모리와 동료들이 분투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극장판 시로바코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극중극 '우주강습 양륙함 SIVA'에서는 '우리의 내일을 향해서, 전진하라!'라는 구호가 계속 반복한다. 이는 시로바코라는 작품이 줄곧 말해왔던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라는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이 말처럼 미야모리와 동료들은 무사시노 애니메이션의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다시 만들기 위해 그 트라우마를 딛고 노력하여 애니메이션을 완성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몰락하고 은거하거나, 퇴사하고 다른 곳에서 트라우마를 잊은 채 다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미야모리와 남은 동료들이 불러 모으고, 함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장면들은 영화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극장판 시로바코는 이처럼 트라우마를 극복해 낸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다시 달려 나가기 위한 준비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다.
작중에서 애니메이션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으니 이미 달려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에서 회사의 몰락으로 타사에 빼앗겼던 작품의 2기가 망하고 다시 제작하기 위한 의뢰가 무사애니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 모두의 노력으로 극장판 제작을 성공시킨 덕분에 회사가 부활했고, 이제야 제대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시로바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만든다'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꿈과 미래가 들어있다. 물론 항상 꿈만 꿀수는 없지만 그 꿈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성장해 나간다는 스토리는 꽤 좋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다!'라는 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엔딩 구호는 분명 진부한 클리셰이다.
그러나 시로바코는 진부한 클리셰일지라도 과거의 경험을 발판삼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달려 나가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노력하자고 말하고 있다.
가끔씩은 이런 클리셰가 큰 감동을 가져다 줄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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