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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두 병사는 데본셔 연대의 병사 1600명을 구하기 위해 전령이 되어 먼 길을 떠난다. 길을 갈수록 험난한 장애물들이 두 사람을 가로막고, 결국 한 명의 병사는 쓰러지고 만다. 남은 병사는 슬픔을 머금은 채 길을 떠나 결국 1600명의 병사의 목숨을 구해내는 것에 성공한다.
1917은 정말 어려운 촬영기법이 사용되었다. 수많은 컷들을 편집해서 하나의 롱테이크로 보이게 만드는 기법인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롱테이크는 단 1번의 컷 전환을 보여주지만 굉장히 자연스러우며 먼 길을 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관객을 확실하게 집중시킨다. 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IMAX로 보며 멀미를 했음에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위에서 말한 뛰어난 촬영 덕에 영화의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도 없지 않아 있는데, 1917의 스토리는 전쟁의 회의감, 전쟁의 참혹함을 제대로 살려낸 뛰어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 스코필드는 운 없이 선택되어 어디로 떠나는지도 모르고, 지도를 볼 줄도 몰라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블레이크가 죽은 후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계속 길을 묻는다. 길을 가다 만난 자국군 부대에게 묻고, 독일군에게서 도망치다 만난 프랑스인 여인에게 묻는다.
주인공은 길을 모른다. 왜 전쟁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저 길을 묻고 물으며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은 점차 잊혀간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 블레이크에게 그저 운이 없던 탓에 선택되어 목숨을 걸고 길을 가야 했을 그였지만, 친구가 죽고 자신마저 목숨을 위협받으며 점차 1600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왜 싸우는지, 왜 달려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까지 남아있었지만, 그에게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할 의무가 주어져있었으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또 다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달린다. 이것이 모두 총집합되어 나온 명장면이 바로 공격이 시작되고 직선으로 사실상 자살 돌격을 시작하는 병사들을 가로질러 달리는 스코필드의 모습이다. 무의미한 자살 돌격과 대비되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질주로 엄청난 명장면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결국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고 블레이크의 형에게 그의 죽음을 전한 스코필드는 영화의 시작처럼 다시 나무에 기대어 가족의 사진을 꺼낸 채 잠에 들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무에서의 기상으로 시작된 거대한 롱테이크가 나무에서의 취침으로 끝나는 수미상관은 전쟁은 참전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영문도 없이 시작되며, 결국 젊은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걸고 싸워 끝내고 나서야 다시 마음의 평화는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1917의 스토리가 카메라만을 따라가는 단순한 구조라고도 말한다.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구조 안에는 수많은 반전의 메시지, 복선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장치들이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 거대한 전쟁터에서 단 하나의 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구조는 단순했을지언정, 각본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영화 1917은 카메라의 흐름 그대로를 따라가는 구조를 가졌지만 치밀한 연출과 각본, 영상미와 OST,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가 날개를 달아준 작품이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길을 달리는 그 순간만으로 전쟁의 회의감과 참혹함을 완벽하게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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