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와 소라, 그리고 루카
영화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은 정자, 바다는 자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우미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바다, 소라는 하늘이다. 이는 즉 우미는 자궁, 소라는 정자를 배출하는 남성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정자로 묘사되는 운석이 최종적으로 우미에게 도달하기 전, 소라는 우미에게 전해주라며 입맞춤으로 운석을 루카에게 넘긴다. 이를 보면 루카는 우미를 보호하는, 즉 자궁이라는 신체 기관을 가지고 있는 여성, 그중에서도 어머니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운석은 후반부에서 소라의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축제가 시작되며 우미에게 넘어가고, 우미의 몸은 수많은 은하들을 만들어내며 사라져 가는데, 이는 우미를 생명을 출산하는 자궁으로 묘사했다는 증거이며 인간은 곧 우주와 이어져 있다는 묘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해수의 아이는 하늘(소라)에서 떨어진 운석(정자)이 바다(우미, 자궁)로 떨어진다는 설정으로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묘사한 영화라는 것이다. 더 대놓고 말해보자면 소라가 루카에게 운석을 넘긴 행위는 성관계와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최종적으로 해수의 아이는 성관계를 통해 남성의 몸에서 배출된 정자가 여성의 몸 안으로 들어가고 최종적으로 자궁에 도달해 생명을 잉태, 출산하는 탄생의 과정을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결
영화의 쿠키 영상에서 루카는 동생의 탯줄을 자르고 생명의 연결을 끊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곧 세상 어디서나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곤 영화는 완전히 끝이 나는데, 사실 '모든 생명은 물리적 연결보다는 이러한 자연물이나 노래로써 연결된다'라는 말은 영화 곳곳에서 나온다. 루카를 돕는 할머니도 소통을 위한 고래들의 노래를 언급하고, 인간들도 자장가라는 소통의 형태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있었으며, 파도와 바람도 생명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생각해보면, 해수의 아이라는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은 '같은 기원에서 태어난 생명들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것은 아닐까?'에서 출발한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토리와 영상미
해수의 아이의 스토리는 난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각 잡고 충분히 생각해 본다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후반부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전개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생각하면 스토리를 포기했음에도 영화의 상징과 주제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영상미 쪽은 그저 감탄밖에 할 수 없다. 뛰어난 영상미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이 영화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작품의 영상 퀄리티는 황홀경 그 자체이며, 심지어 이해하기 어려운 상징과 주제들을 난해한 대사보다 영상을 보고 이해하는 게 더 쉬울 정도로 영상미를 통한 연출에 공을 들인 모습이 보인다. 이외에도 장면 곳곳에서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해서 뛰어난 미술과 작화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인상적인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리
영화 해수의 아이는 루카라는 소녀를 매개체로 생명의 기원을 찾아가며, 최종적으로 루카는 어렴풋이 그 기원을 깨닫고 성장한다. 탯줄이 잘리면 어머니와 아이의 물리적 연결은 끊어지고 만다. 그러나 영화는 생명의 이야기는 이러한 물리적 연결의 단절 따위로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파도, 바람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싣고 서로를 이어준다. 고래는 초음파를 통한 노래로, 인간은 성대의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자장가로 서로를 이어준다. 이를 통해 모든 생명은 물리적으로는 끊어져 있어도 생명의 기원인 바다에서 출발하여 어떤 방법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사실 이해하는데 꽤 어려웠고 아직도 20%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영화 하나에 담았기에 그런 것 치고는 주제를 제대로 풀어냈다는 것과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전부 쌈 싸 먹는 엄청난 퀄리티의 영상미는 분명 호평할만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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