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

김씨 표류기

나가레보시 2020. 9. 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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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표류기(2009)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격동이 일어난다. 대학만 졸업하면 기업에서 모셔가다시피 했던 과거와 달리 고용 시장은 무너져 극심한 취업난이 벌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가 각박해지자 방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화 '김씨 표류기'는 사회에서 표류중인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남자 김씨

주인공 남자 김씨는 빚은 점점 늘어만 가고 여자친구에게는 이별까지 통보받자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결론짓고 한강 다리 위에서 생을 마감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아 한강 밤섬 위에 표류하고, 구조 요청에 실패하자 나무 위에 넥타이를 걸고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때마침 울려퍼진 민방위 사이렌 소리에 조금 더 살다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그는 밤섬에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버려진 오리보트로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루고 버려진 짜파게티 봉지를 보고 짜장면을 만들어 먹겠다는 새로운 꿈도 정한 김씨는 여객선만 보면 구조 요청을 했던 표류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여객선을 보면 도망칠 정도로 밤섬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자 김씨

학창 시절에 괴롭힘을 당하고 방 안에서 틀어박혀 사회에서 표류중인 주인공 여자 김씨. 그녀의 취미는 SNS에 글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도 없는 달 사진만을 찍는 그녀지만 길거리에 사람들이 전부 사라지는 민방위 훈련 날의 바깥 사진을 찍는 취미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민방위 훈련 날이 되어 바깥을 촬영하던 여자 김씨는 밤섬에서 표류중인 남자 김씨를 발견하고 아무도 없는 밤에 집 밖을 나가 유리병 편지를 한강에 던져 그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사회인을 위한 동화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매우 동화적이다. 여자 김씨와 남자 김씨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유리병 편지를 한강에 던지고, 모래밭에 영단어를 적는 모습은 동화 속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 김씨가 자신의 취미인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을 묘사하듯 둥실둥실 떠오르는 장면도 이 영화가 동화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보였다.

여러모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동심을 잃은 사람들이 동심을 다시 되찾기를 바라는 듯한 영화였다.

 

영상미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처럼 보이고 캐릭터의 등장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음에도 무려 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쓰였는데, 이 제작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는지 영상미가 매우 뛰어나다.

여자 김씨의 방에서 날아다니는 벌레까지 그래픽으로 그렸다는 것을 보면 영상미에 공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뛰어난 영상미도 앞에서 이야기 했던 동화적인 분위기에 일조해서 남자 김씨가 표류하고 있는 밤섬과 여자 김씨가 표류하고 있는 방 안은 각각 로빈슨 크루소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같은 소설이나 동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했다.

여러모로 영상미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영화다.

 

왜 망했을까?

.....

 마케팅 때문에 쫄딱 망해버린 영화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퀄리티의 포스터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할 정도로 마케팅을 정말 못했다.

다행히(?) 해외 수출판 포스터에는 남자 김씨가 자신의 희망과 꿈을 실현시키며 살아가던 밤섬에서 쫒겨나지 않으려고 공무원들로부터 도망치는 명장면을 삽입해서 정말 멋진 포스터가 되었고, 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 DVD가 없어 실망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좋은 소식이다...

 

평가

트라우마,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은 사람을 점점 고립시키고 만다. 과거에는 그들에게도 꿈과 희망이란 것이 있었지만 이를 점점 사라져가게 만드는 사회와 인간관계는 가혹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누군가는 죽음을 택하고 다른 누군가는 고립을 택하지만, 뜻하지 않은 새로운 자신만의 공간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와 잊어버린 꿈과 희망으로 다시 살아가기를 택한 그들은 동화같은 방법으로 만나 혼자만의 꿈과 희망을 서로의 꿈과 희망을 발전시켜 이윽고 함께 하기 시작한다.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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