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이 분다'는 일본 해군의 함상 전투기 '제로센'을 개발한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각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호리코시 지로의 일대기를 따라가면서 반전(反戦)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려서부터 비행기 조종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던 지로는 근시인 자신은 조종사가 될 수 없다고 판단, 비행기를 제작하는 꿈을 꾸게 된다. 이 꿈은 일본군의 전투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덮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이 영화를 한국에서는 일본군의 전투기를 제작해 준 것을 미화하는 우익물, 일본에서는 정반대로 반일물로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위에서도 말했듯이 주인공은 일본군의 전투기를 만들어주는 일을 나쁜 것임을 알고 있고, 순수하게 비행기를 만들고자 할 뿐이다. 이는 '기총만 제거하면 무게중심이 완벽해질텐데..'라는 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작중 등장하는 독일인의 '일본과 독일 모두 전쟁으로 파멸할 것이다'라는 다소 직설적인 대사로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허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적인 사심을 너무 반영한 나머지 자칫하면 우익물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감독이 영화 내에서 제로센을 과도하게 찬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야자키 감독을 아는 사람들 중 그가 밀리터리 매니아, 소위 밀덕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그러한 이유로 영화 내에서 제로센을 과도하게 찬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미야자키 감독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어서, '반전을 외치며 제로센을 좋아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담으로,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비록 은퇴가 번복되기는 했지만 은퇴작이라는 이름으로 미야자키 감독이 자신의 밀덕 기질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심을 영화 곳곳에 내비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쟁을 전투기 제작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자신이 만들어가고자 했던 이상이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좌절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되며, 자신의 꿈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렸다는 후회를 녹여낸 영화 '바람이 분다'는 사랑과 꿈, 꿈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전쟁이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반전의 메시지를 각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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