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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023)

(영상으로 시청하기 https://youtu.be/KMH5IGWYd2I?si=dGO79hg42oAHexbM)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데뷔작 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영화의 각본을 스스로 집필한 감독이었다. 그런 만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영화 은 흥미로움과 함께 불안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 같은 히트작의 각본을 집필한, 심지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각본을 집필하기에 자신의 색을 뚜렷하고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과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었다. 이는 기우였다. 물론, 각본에 있어 아쉬운 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조금은 인위적이고 딱딱..

영화 2024.02.06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

감히 이야기하겠다.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영화 의 완전판 는, 태평양 전쟁기를 다루는, 더 나아가 전쟁을 다루는 모든 영화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오를만한 작품이다. 누군가는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이 그 정도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이에 나는 답하겠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었기에 그 정도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영화 는, 일상을 구성하던 침략과 수탈이라는, 얄팍하게 가려져 있었던 거짓된 정의에 대한 참회와 함께, 그 기반이 되었던 전쟁의 반대, 즉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르고 평화로운 일상을 새로운 미래로 이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현재에 촉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한 주제들은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리티를 통해 ..

영화 2023.12.17

블루 자이언트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iYGKtfkWGQk?si=MnP1qlp1u0z3GCYd)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의 영화 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및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화 에 버금간다. 동등한 위치에 오르지 못하고 버금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중 등장하는 연주 장면들을 전부 작화로 그려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퀄리티의 하락 없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전부 보여주었던 및 와는 달리, 상당한 연주 장면들이 허접한 3D 모델링으로 연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소한 아쉬움으로 의 평가를 크게 떨어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장르 영화는 장르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늘 생각한다. 따라서, 액션 영화에서는 액션이, 공포 영화에서는 공포가, 로맨스 영화에서는 로..

영화 2023.10.18

타마코 러브 스토리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화 는 예술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사랑스러운 결론을 내놓는 작품이다. 그 마음의 총체가 영화 속에서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항상 주제로 삼고 있는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영화가 된다. 이전과 이후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아름답게 연출했을지언정, 그 결과물을 예술이라는 관념 속에 담아내지 않았다. 하지만,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2023년 기준 그녀의 유일한 오리지널 영화인 에서만큼은 첫사랑이라는,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영화와 음악이라는 예술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는 영화감독이라는 예술가의 프라이드처럼 보인다. 야마다 나..

영화 2023.10.18

화란

https://youtu.be/FA33sWR2YHQ?si=oqcUDYiPxnhTRrkh 김창훈 감독의 영화 은 아쉽다. 비슷한 성장 과정을 공유하고 있는 두 주인공들이 끝내 서로 다른 길을 걸어 나가는 지점을 그려내는 누아르 장르의 영화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져 가는 정교함은 작품에 대한 감상을 기대에서 아쉬움으로 변하도록 만든다. 만약 김창훈 감독이 차기작을 촬영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데뷔작에서의 실수들을 교훈 삼아 정교함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던 요소가 한 가지 있다. 주인공들이 나고 자란 땅, 고향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었다. 김창훈 감독은 고향을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지옥도이자 떠나야만 하는 곳으로 묘사한다. ..

영화 2023.10.16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epA6WNmPC14?si=HJrIDVbd80X8AGZP) 변질되고 왜곡된 주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각본가는 감독이나 프로듀서의 의도에 따라 각본을 집필하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로 인해 나는 '각본가' 오카다 마리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드러났던 순간은 친구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각본을 집필하는 순간뿐이었으니까. 그러했던 오카다 마리는 2018년, 영화 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관객을 향하여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오카다 마리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줄곧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

영화 2023.10.09

목소리의 형태

야마다 나오코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감독이다. 에서 표현되는 학창 시절과, 에서 표현되는 첫사랑 등이 바로 그 예시이다. 그러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는 그러한 불문율에서 벗어나 있다. 영화 는 수단이 목적으로 변모하는 작품이다. 관객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를 에서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의 감정과 관계라는 표현의 도구가 새롭게 주제로 거듭나는 모습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영화 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이전의 영화들과, 이후의 영화들의 사이에서 가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를 통해 감정과 관계라는 자신의 수단을 재인식하고, 발전시켜 차기작을 향해 발산할 수 있었다...

영화 2023.10.08

케이온!

나에게 존경하는 영화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그녀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야마다 나오코. 2017년, 영화 를 보고 인생을 크게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나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을 사랑해 왔다. 그러나, 나는 최근 그 사랑에 먹칠을 할 경험을 했다.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곧 공개될 자신의 단편 영화 을 주제로 가진 인터뷰를 읽고, 야마다 나오코라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이해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야마다 나오코가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표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은 후 나는 그녀가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

영화 2023.10.07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영상으로 시청하기 https://youtu.be/21zk37JCgag?si=rOQNAR_gZkBvW4va)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영화 를 다시 감상하는 동안, 나이에 따른 시간의 상대성을 절실히 느꼈다. 노인의 시간은 짧고, 아이의 시간은 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두고 보면, 시간은 노인의 편이다. 결국, 시간은 짧고, 빠르게 흘러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이 슌지 감독의 11년이라는 시간 역시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2004년 공개된 로부터 11년이 흐른 2015년에 공개되어야 할 프리퀄 은 그렇게 공중분해될 것처럼 보였다. 이에 이와이 슌지 감독은 1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애니메이션의 힘을 빌어 멈춰버린다. 실사 영화의 카메라는 배우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촬영하여 화면에 내보인다..

영화 2023.10.03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https://youtu.be/0HcNFPO85ic?si=5brvYtBWtCaLHWaL 올해 1월, 나는 교토에 다녀왔다. 일본 문화의 정수를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토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몇몇 작품들의 로케이션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과 의 로케이션지는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교토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귀국하여 9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영화 를 재감상하게 되었다. 그러자, 고등학생 시절의 감상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감상이 나의 마음속에 전해졌다. 대학생이 되어 보냈던 고독한 나날들과 나의 눈에 직접 아로새겼던 교토의 풍경들이 합쳐지는 순간, 나는 인생의 의미를 재고하게 되었다. 영화 는 인생이란..

영화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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