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작사 레드 캔들 게임즈에서 만들어진 게임 '반교 -Detention-'은 1960년대 후반, 당시 대만 총통 장제스의 철권통치 시기를 다루고 있는 호러 게임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원작 팬들과 영화 평론가, 관람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시작하기에 앞서, 대만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타이완 뉴웨이브'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타이완 뉴웨이브란 과거 군사 독재를 받던 시기를 비판하는 요소를 삽입하여 만들어진 영화, 게임, 드라마, 소설 등의 예술 작품을 말한다. 이 게임도 이러한 과거 독재시기를 불교, 도교의 세계관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호러 게임이다.
주인공 소녀 팡레이신이 학교를 헤매는 이유는 복수심과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독재 정권에 반하는 사상의 책을 돌려 읽던 독서회를 고발해 독서회를 숙청하고, 비난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두가지의 중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학교를 형상화 한 무간지옥에서 자살하고, 다시 학교를 배회하고, 다시 자살하는 루프를 영원히 반복한다. 그래서 게임의 재목이 학교로 끝없이 돌아간다라는 의미로 반교(返校)이고, 영제도 Detention(벌로써 방과후에 남는 것)이다.
등장하는 귀신들도 각각 상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을 쫒아다니며 공격하는 피눈물 흘리는 처녀귀신 '망량'의 상징은 '팡레이신의 고발로 학살당한 여학생이다.' 혹은 '지박령이 되어 학교를 떠나지 못하게 된 팡레이신의 진짜 모습이다.'라는 두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게임 중후반에 등장하는 팡레이신의 분신들이 학교 곳곳에 나타나고, 그들의 출현 장소가 망량과 겹친다는 점에서 후자가 더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다.
영화판에서는 후자의 설을 따라 초반에 팡레이신을 닮은 망량이 등장한다. 게임 내에서는 두 번 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주인공을 반드시 죽이려고 드는 거대귀신은 등장할 때마다 팡레이신을 더 깊은 지옥 속을 끌고 가는데, 그의 정체는 팡레이신에 의해 죽은 학생, 혹은 학생들을 학살한 헌병대라는 설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이승의 망령들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는 팡레이신을 무시하고 그녀를 휘감아 죽이려하는 죽은 학생들의 원혼이 깃든 인형, 상징하는 것은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차사귀신도 등장한다.
이 게임은 작품성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의 명작이다. 대만 뿐 아니라 전세계에 게임 플랫폼 STEAM에 등록되어 수많은 평론가와 게이머들이 극찬했다.
심지어는 2020년 2월 21에 같은 제작사의 게임 환원 -Devotion-과 함께 하버드-옌칭 연구소의 소장 자료로 등록되어 대만 현대사를 풀어내는 실력을 학술적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참고로 이 연구소는 1928년 설립된 전세계 동양학 연구소들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대만이라는 나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국공내전에 패배해 멸망 직전에 몰린 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고 그 안에는 독재시기가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고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미국 급의 자유도를 가지고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나라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타이완 뉴웨이브 작품들을 제대로 접한 적은 없었고, 사실상 반교로 접한 것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스토리, 연출, 내포하는 의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영화, 게임 등의 작품들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요소 중 하나인 '1회차 안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인가?'를 완벽하게 충족한 것이다. 또한, 과거의 철권 통치기를 공포라는 장르로 묘사하여 마치 '과거의 독재 철권통치 시기는 공포와도 같은 시대였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완벽히 묘사하였으며 스토리가 가져다주는 주인공의 반전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곳에서 나타나 깊은 교훈과 여운을 남겨주었다.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0) | 2021.01.04 |
---|---|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1) | 2020.12.19 |
어몽 어스 (0) | 2020.09.19 |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0) | 2020.09.17 |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0) | 2020.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