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나가레보시 2020. 9. 17. 15:32
728x90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2017)

나에게 게임 콘솔을 고르라면 나는 두말 않고 닌텐도를 고를 것이다. 나는 10년간 닌텐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그런 나에게 최고의 닌텐도 게임 프랜차이즈를 고르라면 나는 두말 않고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고를 것이다.

처음으로 젤다의 전설을 접한 게임은 닌텐도 DS로 발매된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였고, 아직도 인생게임 Top 3를 고르라면 절대 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플레이한 닌텐도 Wii로 발매된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도 내가 젤다 팬이 되는 것에 일조했다. 발매 당시 한정판으로 구매하여 25주년 한정판 컨트롤러와 OST 오케스트라 CD도 소장하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발매 10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 클리어하지 못했다. 진짜 엄청 어렵다.

그리고 2017년, 인생게임 Top 1이었던 스카이워드 소드를 밀어내고 새롭게 1위를 차지한 게임이 나타났으니, 바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젤다가 오픈월드 장르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던전 클리어 장르였던 젤다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걱정은 전혀 필요 없었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은 그저 넓기만 한 맵을 갖고 있었는데,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닌텐도 피셜 교토급의 광활한 맵을 갖고 있으면서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상호작용하여 리얼함을 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화로 개발자들이 일을 하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앞에 있던 오브젝트들이 사라져 있었다. 알고 보니 맵 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오브젝트가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기존의 던전 클리어도 사당이라는 시스템으로 살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사당의 퍼즐은 파훼법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꼭 그 방법대로 해결할 필요가 없어 기계를 작동시켜 전기를 공급하는 퍼즐이 있다고 하면 대신에 전기 속성 무기를 이용해서 클리어할 수 있는 식이다. 사당을 클리어해서 얻는 보상은 생명력과 스테미너를 확장할 수 있게 해 주고, 활성화되면 광활한 맵을 빠르게 텔레포트할 수 있는 지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메인 퀘스트인 신수 해방도 지형의 특성을 이용한 스펙터클한 전투(특히 신수 루타와의 전투가 정말 재미있다)와 신수 내부의 퍼즐, 클리어 시 얻을 수 있는 영걸들의 능력은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물론 단점도 존재하는데,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이지만 보스의 난이도가 매우 낮아 체감 난이도도 꽤 내려간다는 것이다.

 

특히 최종 보스 '재앙 가논'과의 전투가 가장 쉽다. 젤다 팬으로서 이번 작품은 다회차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게임이기에 반복해서 보스를 퇴치하고 진엔딩을 보게 하게 하려는 닌텐도의 큰 그림은 아닐까라는 실드를 쳐보기로 한다.

이러한 단점을 전부 상쇄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은 바로 사실상 제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엄청난 자유도이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유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벌판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일단 뭐라도 해야 게임을 진행시킬 수 있다. 자유도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높아져 아무거나 조합해도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나오고, 위에서 서술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역으로 이용해 무궁무진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번개가 치는 날씨가 되면 번개는 철제 무기나 장비들에 유도되어 떨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몬스터에게 철제 무기를 던져 번개가 떨어지게 유도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기발한 플레이 방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러한 자유도는 게임의 진엔딩을 보아도 할 수 있는 것이 남아버리게 만들어 엔딩 후에도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엔딩을 클리어하는 것보다 엔딩 후에 플레이 한 시간이 더 길다. 

 

게임의 줄거리도 꽤나 흥미롭다. 특히 컷신이 삽입되고 과묵한 주인공 링크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은 더빙이 되어 기억을 모두 찾아 이어 보는 스토리 진행 콘셉트는 정말 매력적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100년 전 세계는 이미 멸망해버리고 시간이 흐른 후의 시점에서 가논에게 빼앗긴 신수를 해방하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최종 보스 재앙 가논을 물리치고 젤다 공주를 구하는 왕도적 스토리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젤다 공주는 전작들처럼 붙잡히기는 했어도 마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재앙 가논의 부활을 억누르며 링크를 인도하고 있고, 100년 전에는 고대 병기인 신수와 가디언들을 연구하고 수행을 쌓으며 가논을 물리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마지막에 가논을 물리치는 것은 젤다 공주다. 발현되지 않는 힘으로 인해 무시받는 그녀의 상황을 멸종위기의 아름다운 꽃 '고요한 공주'에 비유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며, 링크와 젤다의 스토리를 제외한 영걸들의 스토리는 클리셰가 많이 사용되어 조금은 지루하긴 하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은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기억과 신수를 모두 되찾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진엔딩을 보게 되면 영걸들과 하이랄 왕은 성불하는데, 산 사람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고, 죽은 사람은 이제야 안식을 취하는 것으로 비쳐 꽤나 슬프기도 했다. 링크와 젤다가 그들의 혼을 느끼고 뒤돌아보는 장면이 추가되어 더욱 그렇다.

 

진엔딩이라곤 했지만 이는 일반 엔딩에서도 볼 수 있는데, 진엔딩을 보지 않고 이 장면을 보면 대단히 찝찝해서 꼭 진엔딩을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진엔딩 컷 신은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나온다. 하이랄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움직이는 링크와 젤다의 콤비가 부각되고 젤다는 힘을 잃었지만 더욱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멸종위기의 아름다운 꽃 '고요한 공주'가 만개한 모습으로 초원에 펼쳐져 있어 젤다는 더 이상 자책만 하는 공주가 아닌 어엿한 영걸로 성장했음을 암시한다. 진주인공은 젤다였던 셈이다.

 

멸종 위기의 고요한 공주와 기억을 잃은 회생의 용사의 모험은 고난을 해쳐나갈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728x90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0) 2021.01.04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  (1) 2020.12.19
어몽 어스  (0) 2020.09.19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0) 2020.09.07
반교 -Detention-  (0)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