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무역이 활발히 진행되던 1807년,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봉을 돌아 대만으로 향하려던 오브라 딘 호는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행방불명되었다가 영국 팔머스 해안에서 발견된다. 보험료를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손해사정사인 주인공은 배에 올라 오브라 딘 호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그래픽은 옛날 고전 게임이 떠오르는 고풍스러운 흑백 그래픽으로 진행되며 묘하게 1800년대의 느낌이 잔뜩 살아있다. 꽤 잔인한 장면임에도 흑백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것은 덤.
선상이 떠오르는 고풍스러운 메인 음악을 변주시킨 BGM에 맞춘 장면들과 음악에 맞추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UI 또한 게임에 집중하는 것에 큰 도움을 주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게임은 상당히 불친절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헨리 에반스라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시체의 죽기 직전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회중시계를 이용, 장면 하나를 꼼꼼히 살펴서 시체의 사인을 밝혀내어야 한다.
죽은 자의 기억은 죽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보이며, 정지 화면이 나타나기 전의 상황은 말소리는 들리지만 검은 바탕에 텍스트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높은 추리력을 요구한다.
죽은 자의 기억 속에서 더 오래된 과거의 기억을 볼 수도 있어서 사망자와 가해자의 신원에 대한 비밀을 역순으로 풀어내야 하는 등 불편하기 짝이 없는 수사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첩과 마법의 회중시계만 들고 직접 발로 뛰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판타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수사는 특유의 감성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이에 힘입어 3명 이상의 비밀을 밝혀내면 확정적으로 정답임을 알려주는 시스템은 갈수록 추리를 쉬워지게 만들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리가 엄청나게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추리의 피로를 조금 덜고 사건의 전체 윤곽을 잡아가다 보면, 플레이어는 거의 대부분의 사인과 가해자,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배에서 내릴 수 있게 되며, 후에 오브라 딘 호가 영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되며 게임은 끝이 난다.
오브라 딘 호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나가며 마주하는 진실들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허무맹랑할지도 모르지만,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불편함에도 이를 납득시키는 신선한 방식이었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시대상과 정말 잘 어울리는 직접 발로 뛰는 수사, 판타지가 가미된 덕에 역순으로 사건을 파헤쳐 사망자 개개인의 이야기에 플레이어를 집중시키는 방식이 게임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이견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선상의 모습이 떠오르며 시시각각 변주되는 고풍스러운 음악과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당시의 느낌과 판타지를 섞은 듯한 수사법을 이용해 수많은 의문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향하게 만드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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