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연시 장르의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히로인들을 전부 상대해주며 공략할 시간에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미소녀 히로인들을 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아마 2018년) 나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던 미연시 게임을 발견했고, 그게 바로 '두근두근 문예부'였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내린 평가는, 두근두근 문예부는 정말 치밀하게 구성된 비주얼 노벨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잠꾸러기 소꿉친구 사요리와 함께 등교하고, 그녀에 의해 얼떨결에 입부하게 된 문예부에서 만난 부장 모니카, 만화를 좋아하는 츤데레 소녀 나츠키, 문학소녀 유리와 함께 학교 축제를 준비한다는 내용의 지극히 미연시스러운 스토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축제 당일, 사요리를 깨우러 간 주인공은 방 안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사요리를 발견하고 1회차가 종료되며 게임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유리와 나츠키의 설정은 점점 뒤틀려져 나츠키는 거의 파탄 수준의 가정에서 지내며 모니카가 던져주는 간식으로 연명하며, 유리는 칼로 자신을 찔러 자살한다.
그리고 결국 모니카는 자신이 게임을 조작했음을 밝히며, 원래 게임에서는 히로인조차 아니었던 자신이 어느 순간 게임의 캐릭터임을 인지하고 컴퓨터 밖의 진짜 인간을 만나고 싶어 이러한 일을 벌였다고 말한다.
여하튼 이리저리 해서 사건은 마무리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모니카가 마지막 반전에서 플레이어를 구해준 후 노래를 선물한 뒤 그대로 게임은 끝난다.
두근두근 문예부가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게임이 직접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니카가 사요리를 자살시켰을 때, 사요리의 게임 파일은 사라져 있고, 그 외에 캐릭터들이 죽을 때마다 파일이 사라진다.
그 외에도 나중에 찾아보니 인터넷 방송인들이 사용하는 방송 송출 프로그램을 게임이 인식하여 모니카가 게임을 방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대사에서 방송인들이 놀라 자빠지는 리액션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주제곡을 변주, 시시각각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재탄생시켜 소름 끼치는 공포 장면을 연출해 낸 것도 호평할 점. 이것이 가장 극대화되어 최대로 섬뜩함을 준 것이 사요리의 자살 장면이었다.
이러한 보기 힘든 시스템과 좋은 음악으로 신선한 호러를 만들었다는 것도 좋은 평가 요소이지만, 내가 가장 극찬하고 싶은 것은 게임 내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사요리의 우울증 묘사였다.
모니카가 사요리를 조종하기 시작하면서 사요리는 본래 갖고 있던 우울증이 극대화되는데, 일단 자신이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도 우울해지기에 항상 밝은 모습을 연기하는 일종의 '책임감'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은 우울증의 초기 증상 중 하나라고 한다.
그 외에도 사요리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남을 미워하지 않고 자신만을 탓하고, 타인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이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조차 자신을 탓할 정도여서 측은지심이 들기도 한다.
후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변인을 고통받게 만드는 것처럼, 사요리는 자살하여 플레이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최후에 살고 싶었는지 밧줄을 긁어 손톱이 엉망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주인공이 아침에 늦잠 자는 자신을 깨우러 와주기 때문에 살아있을 수 있었던 사요리가 모니카에 의해 주인공이 자신을 깨우러 와 주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모습까지 보며 결국 죽음을 택했으나 최후에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는 스토리는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 나조차 우울하게 만들 정도였다.
괜히 심약자나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플레이하지 말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스팀 플레이어 리뷰를 살펴보면 우울증을 겪었다 치유된 사람이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가 다시 우울증에 빠질 뻔했다는 리뷰도 있다.
뛰어난 사운드트랙,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하여 플레이어를 공포로 몰아가는 독특한 콘셉트, 제4의 벽을 넘나드는 흑막은 분명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준 일등 공신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두고 게임을 고평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 게임을 고평가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울증이라는 무섭고 암울한 정신질환을 너무 사실적으로, 끔찍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문예부!'는 제4의 벽, 우울증, 독특한 게임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녹여내어 미연시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를 재창조 한 게임이자, 우울증이라는 무섭고 어두운 질병을 적나라하게 비추어 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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