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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나가레보시 2022. 4. 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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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커비 디스커버리(2022)

영상으로 시청 가능 https://youtu.be/v14atqSxMJ4
나는 <별의 커비>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DS와 Wii로 정발된 작품들 전부를 엔딩까지 플레이한 적도 있었다. 3DS를 갖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쪽으로 발매된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보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별의 커비> 시리즈의 공통점이라면 단연 횡스크롤 액션 장르의 고수일 것이다. 그래픽은 2D에서 3D로 계속해서 변화해 온 시리즈이지만, 횡스크롤 액션 장르라는 불문율만큼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정통파, 외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지켜져 왔다. 그런 <별의 커비> 시리즈가 최신작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시리즈 최초로 전방향 3D 액션 장르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나는 반신반의하며 지갑을 열었지만, 후회하는 일은 없었다.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는 정말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전방향 3D 액션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단연 전방향 3D 액션일 것이다. 30년 동안 고수하던 장르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만큼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플레이는 무척 좋았다. 처음 시도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시점, 전투, 타격감 등에 있어서 훌륭한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특히 뒤에서 이야기할 정교하게 디자인된 맵을 제약 없이 마음껏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방향 3D 액션 장르로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시도한 전방향 3D 액션인 만큼 플레이 안정성을 위해 시리즈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커비의 카피 능력들과 공격 커맨드가 대폭 삭제된 것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스템들을 통해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한 것에 대해서는 호평하고 싶다.

 

말이 나왔으니 새로운 시스템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이번 시리즈에 처음 추가된 시스템인 '능력 진화'와 '머금기 변형'은 꽤 흥미롭다. 능력 진화는 소정의 재화와 설계도를 준비하면 기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공략하기 어려운 적들을 쉽게 물리칠 수 있었고, 화려한 이펙트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머금기 변형은 이번 시리즈의 핵심 시스템일 것이다. 설정상으로는 커비가 완전히 삼키지 못한 오브젝트들을 머금어 그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자판기 등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머금어 활용한다는 콘셉트는 외형은 괴상해 보이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했고, 활용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결정적으로 최종전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는 것에서 이는 증명된다. 이러한 시스템들이 첫 시도에 완벽히 구현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디스커버리
이 게임의 제목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이다. '디스커버리(Discovery)'는 발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는 이러한 제목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즉, 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는 '탐색'이다. 우선 커비가 모험을 떠나는 계기가 되는 '웨이들 디 구출'부터 탐색은 시작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맵 곳곳에 감금되어 있는 웨이들 디들을 찾아 구출해야 한다. 물론 맵에서의 탐색은 웨이들 디 구출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플레이어는 커비와 함께 맵 속에 은밀히 숨겨진 것들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재화, 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HAL 방, 피규어 등부터 게임 진행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머금기 변형을 사용하기 위한 오브젝트들 역시 직접 찾아내야 하며, 이 머금기 변형을 사용할 장소, 상황 역시 직접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탐색은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지루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나는 빠른 진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은 가급적이면 찾아보려고 하는 편이지만, 깊이 숨겨져 있는 것들은 그다지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나를 한 가지 맵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 만든 것은 정교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맵이었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정교하게 숨겨져 있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분 좋은 일이지만, 거기에 전방향 3D 액션이 더해져 이러한 맵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기분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나는 깊이 숨겨져 있는 것들은 그다지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맵을 더 탐방하기 위해 다른 게임이었다면 그리 거들떠보지 않았을 다양한 수집 요소들을 많이 즐길 수 있었다.

 

탐색은 맵 바깥에서도 계속된다. 능력 진화에 필요한 '레어 스톤'을 얻기 위한 '트레저 로드'를 찾기 위해 월드맵 곳곳을 쥐 잡듯이 뒤져보아야 하며, 다양한 미니 게임과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웨이들 디' 마을에서도 좀 더 수월한 플레이를 도와주는 '프레젠트 코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이번 작품은 괜히 디스커버리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제목은 비디오 게임의 철칙 중에서도 가장 우선시 되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떠난다'는 철칙을 지키기 위한 제목인 것이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출이라는 목적, 다양한 수집 요소, 이를 뒷받침하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맵, 전방향 3D 액션 장르라는 다양한 요소들은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게임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디스커벌
나는 지금까지 앞에서 이 게임이 '탐색'이라는 주제를 플레이를 통해 제대로 담아낸다고 칭찬했다. 이러한 플레이에 꿇리지 않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스토리와 연출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의 스토리는 정체불명의 이세계로 빨려 들어간 커비가 납치된 웨이들 디들을 구하는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간단한 구조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하는 재앙이라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와닿는다. 작중에서 인간들은 워프 능력을 통해 수많은 별들을 침공했던 침략종 '펙트 포가'를 붙잡아 연구, 워프 능력을 손에 넣은 후 관광 상품으로 활용까지 하다 자신들의 행성을 떠난다. 그렇게 행성에 홀로 남겨진 펙트 포가는 다른 별들을 침공하기 위해 디디디 대왕과 웨이들 디들을 납치해 각각 부하와 동력원으로 이용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하는 재앙이라는 주제다. 인간은 펙트 포가의 능력을 연구해 워프 기술을 손에 넣게 된다. 연구가 끝나자 포가는 쓸모없는 괴물 취급을 받게 되고, 결국 워프 기술을 연구하던 랩 디스커벌의 관광 상품으로 이용된다. 펙트 포가는 그 과정에서 상당한 트라우마를 얻게 되었는데,최종전 직전에 포가를 소개하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콜로세움 전투의 OST에도 이러한 트라우마를 반영해 소개 방송이 샘플링되어 있을 정도이다. 물론 펙트 포가 역시 침략 활동을 계속해온 악당이다. 그러나 펙트 포가를 이용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포가를 폭주하게 만들었고, 결정적으로 아무 조치 없이 펙트 포가를 방치한 채 이룰 것만 이루고 행성을 떠나버렸다는 것에서 인간들 역시 악당이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주제를 훌륭히 뒷받침하는 것은 뛰어난 연출이다. 스토리를 보완하는 연출들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최종전이 시작되기 전 웨이들 디들의 모습들을 비추는 장면과 펙트 포가의 소개 방송이 흘러나오는 장면이 단연 압권일 것이다. 전자는 펙트 포가가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착취하는 악당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후자는 이러한 펙트 포가가 멋대로 날뛰도록 만든 인간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체감하게 해준다. 플레이 연출 역시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회피 액션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시스템인 머금기 변형 연출도 꽤 웅장한데, 특히 최종전의 트럭 머금기 변형이 그러했다. 주제가인 'WELCOME TO THE NEW WORLD'와 무적 캔디 BGM이 어레인지된 OST와 어우러져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했을 정도다.

총평
단도직입으로 이야기하겠다. 게임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는 명작이다.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고수했던 횡스크롤 액션의 매너리즘에서 탈피해 전방향 3D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는 것에서부터 호평받을만한데, 이를 첫 시도만에 완벽에 가깝게 성공해냈다는 것은 내게 큰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이러한 시스템적 성취도 호평의 요소이지만, 스토리와 연출 역시 더욱 진보했다.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하는 재앙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부터 팬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릴만한 요소들을 종합한 플레이, 컷신 연출까지 빠지는 구석이 하나 없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시도된 전방향 3D 액션 장르이다 보니 아무래도 삭제된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믿을 수 있다. 분명 차기작은 조금 더 개선되어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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