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기준으로 진격의 거인은 1부, 2부로 나뉜다. 1부가 방벽 안에서 거인들과 싸워 자유를 쟁취하려는 조사병단의 이야기고, 2부는 방벽을 나가 마레 제국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는 이야기다.
1부는 1~3기에 거쳐 완결 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4기가 2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오늘은 1부에 해당하는 1~3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고, 2부에 해당하는 4기는 완결 나면 다시 적어보도록 하겠다.
거인을 피해 세운 방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의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도, 방벽을 나가 거인을 전부 물리치고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그 뒤에서 모든 진실을 알지만 숨긴 채로 기만적인 통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인공이 속해 있는 조사병단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며, 점점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거인의 정체, 기만 통치를 행하던 썩은 정부, 더 나아가 세계의 정체를 알게 된 그들은 정부를 타도하기에 이른다.
그 후 전열을 가다듬고 막대한 희생을 치른 채 방벽 밖의 거인들을 모두 물리치고 섬은 자유를 찾지만, 바다 건너에는 더 강력한 적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 채 1부는 끝이 난다.
1부의 스토리를 두 글자로 요약한다면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에렌은 거인의 몰살과 자유를 외치며 싸운다. 그 자유는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제대로 될 삶을 살아갈 자유, 기만 통치를 타도하고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만약 진격의 거인이 부패한 정부를 단순한 정의감 하나로 무너뜨리고 자유 의지에 똘똘 뭉친 채 거인을 물리치는 스토리였다면, 이 작품은 세계관이 독특한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진격의 거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정부 타도 계획이 단순 정의감이 아닌 조사병단의 영토 탈환 계획의 일부분에서 출발했다는 치밀함, 자유의지는커녕 거인과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자살 돌격으로 작전을 성공시키고 마는 수많은 조사병들의 감정 묘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치밀한 묘사와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충돌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정부 쿠데타가 기만 통치를 타도하고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라고 거창히 말하더니 바로 뒤에는 조사병단의 계획이었다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은 여러 디테일 한 장면들을 추가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왕을 찬양하는 기사만 쓸 수밖에 없었던 언론사, 정부에 의해 암살당할 뻔한 거물 상인 등이 쿠데타에 참여하는 것이 그 예다.
이는 쿠데타가 조사병단의 영토 탈환 계획의 일부분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유를 찾기 위해 쿠데타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자유를 위한 위대한 쿠데타로 평가될 수 있게 만들었다.
미지의 존재와 싸우고, 그 안에서 정치적 갈등도 일어난다는 설정을 가진 작품은 많지만, 이러한 설정들과 갈등의 묘사를 진격의 거인처럼 섬세하게 해낸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섬세하고 다양한 서브 스토리들은 방벽 밖의 무시무시한 거인을 물리쳐 세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메인 스토리로 전부 합쳐지고 이어지게 되는데, 놀랍게도 몇 번을 돌려봐도 이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대사, 묘사가 전혀 없었다.
내가 본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명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작품들에도 몇 가지 억지들이 조금씩 있는 작품들은 꽤 있었다. 그런데 진격의 거인에는 그런 묘사가 전혀 없다. 이는 정말 대단한 장점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탄탄한 세계관과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들, 멋진 대사와 주제를 억지없이 잘 버무려 만든 작품을 우리는 '명작'이라고 칭한다.
그렇다. 진격의 거인의 원작은 곧 완결 예정이고 어떻게 끝날지도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들은 아무리 보아도 명작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