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작화란 무엇인가?

나가레보시 2021. 1. 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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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오타쿠들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그림체가 아름답고 흐트러지지 않는 작품들을 칭할 때 소위 '작화가 좋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작화는 그림체를 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작화는 원화와 동화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움직임을 칭하는 용어이다. 오늘은 작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원화

원화(原畵)는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원그림, 즉 축이 되는 그림을 말한다. 영어로는 키 포즈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동작의 키를 잡아서 움직임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것이 원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장면당 원화 매수가 많으면 더욱 안정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때문에 주먹 하나를 내지르는 장면이어도 원화의 매수를 늘려 더 많은 축을 잡아두면 작화의 퀄리티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여담으로 요즘 애니메이션이 점점 분량은 짧아지는 대신 원화의 매수를 늘려 퀄리티를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원화가의 수가 많으면 제작 환경이 촉박한 것이고, 적을수록 여유로운 것이라고 한다.

 

높은 퀄리티의 애니를 만드는 제작사인 'ufotable'과 '교토 애니메이션'의 근본적인 차이가 전자는 원화가들을 갈아 넣어도 시간이 촉박한데 후자는 제작 계획부터 날짜를 여유롭게 잡고 제작에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다(쿄애니의 경우는 경영 방침에 의한 것도 있어서 나중에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youtu.be/gAsLPqVvLsQ

제작풍경 제1탄 '총작화감독' (교토 애니메이션)

교토 애니메이션의 2018년 作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총작화감독 영상이다. 원화가들이 바이올렛이 움직이는 원화를 그리면 작화 감독이 원화를 수정하여 제대로 된 원화로 만든다. 영상에는 원화가 어떻게 그려지는지도 나와있으니 참고하시길.

 

 

동화

원화가 완성되면 움직임의 축이 되는 원화에 움직임을 보강하는 그림인 동화(動畵)를 삽입한다. 나쁘게 말하면 노가다 그 자체인 일이다.

작업 중에서도 가장 경시되는 일이고, 실제로도 말단 직원들이 도맡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화맨들은 빨리 실력을 쌓아 원화맨 승격을 노리려 노력한다.

 

그래도 가끔씩 원화를 하며 연출 구도를 잡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다시 동화 파트로 자진해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고는 한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동화맨 중에는 작화 붕괴도 고쳐주고 빈 부분도 채워 넣어 주기도 하는 프로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고.

 

이렇게 동화가 완성되면 동화작화감독(동화작감)이 한 번 더 동화를 검사하는데, 플립북 애니메이션처럼 동화지를 빠르게 넘겨보는 작업을 여기서 볼 수 있다. 

 

youtu.be/E0KF4M0MPEs

제작풍경 제2탄 '동화' (교토 애니메이션)

위 영상을 보면 밑에 그림을 두고 그대로 따라 그리면서 움직임을 채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작화를 햇갈리지 말아 주세요!

맨 위에서도 말했듯이 작화는 움직임의 기본 축이 되는 원화와 축 사이에 그림을 끼워 넣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원화가 합쳐진 '움직임'을 말한다.

 

한국의 많은 오타쿠들이 작화가 좋다고 하면 그림체가 좋거나, 배경이 좋은(사실 이건 미술이 좋다고 하는 게 맞다) 애니메이션을 두고 말하는 것인데,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한다. 프레임 단위로 돌려보면서 그림체가 뭉개지는 걸 보고 작붕이라고도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작화 붕괴로 오해받는 나루토의 장면 중 하나

인터넷에서 작화 붕괴라고 떠도는 이 장면도 사실 액션의 박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뭉갠 것이다. 이 외에도 유아사 마사아키처럼 독창적인 작화를 보여주는 사람의 애니메이션도 이런 식으로 매도당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작화의 의미를 잘못 아는 사람들이 제작사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투자사들의 집합체인 제작위원회에서도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명령이 떨어져서 독창적인 연출이 줄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작화를 까고 싶다면, 작화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보자. 그렇다면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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