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러브 라이브로 고찰하는 아이돌물

나가레보시 2021. 10. 2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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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로 오타쿠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단연 <러브 라이브>를 좋아하며 니코니코니를 따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니코니코니가 나오는 <러브 라이브!>를 넘어 <러브 라이브! 선샤인!!>,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 <러브 라이브! 슈퍼스타!!>까지 나왔지만 일반인들에게 각인된 니코니코니의 이미지가 강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내 일반인 친구들도 내가 러브 라이브를 가끔씩 본다고 하면 '아, 그 니코니코니?'라고 물으며 킥킥댄다. 나도 함께 친구들의 반응을 즐긴다. 좋든 나쁘든 오타쿠의 문화를 일반인의 영역에도 알린 러브 라이브는 일본 오타쿠 업계의 거대한 축이 되었음은 틀림없다.

나는 러브 라이브 프로젝트를 애니메이션과 음원으로만 즐겨서 성우들의 실제 공연이나 스쿠페스 같은 게임은 즐기지 않는다. 기껏해야 성우들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아주 가끔씩 듣는 정도다. 그래서 오늘 글에서는 러브 라이브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위시한 아이돌 애니메이션들이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2010년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대격변을 맞는다. 2000년대부터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케이온!> 등으로 불기 시작한 모에 캐릭터 열풍이 주류가 되어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이 모에화 열풍에 동참하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마스터와 이를 따라 러브 라이브가 각각 애니화 되면서 오타쿠들은 수많은 미소녀 모에 캐릭터들이 팬들을 사랑하고 춤추며 노래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당연히 결국 아이돌 애니메이션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를 넘어 오타쿠들이 2D 아이돌 관련 게임에 과금을 하고, 아이돌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멤버들의 피규어 같은 관련 상품들을 사모으며 성우들의 실제 라이브 공연들도 관람하기까지 하니 '아이돌물'은 애니메이션 업계를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까지 먹히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돌물의 대성공은 다양한 업체들이 2D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지만, 대부분 아이돌 마스터와 러브 라이브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고 지금 두 프랜차이즈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록 밴드를 기반으로 아이돌물의 공식을 더한 Bang Dream! 프로젝트다. 나도 이 프로젝트의 게임이나 음악 등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특히 음악들은 일반인 기준으로도 고퀄인 곡들이 정말 많다).

아이돌물의 인기는 러브 라이브와 아이돌 마스터라는 작품들이 나타나 인기를 끈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동안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돈을 벌고자 하는 공급자와 더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를 원하는 오타쿠들의 수요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러브 라이브는 애니메이션 방영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듣보잡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애니메이션 방영 후에는 엄청난 흥행을 하며 정상의 궤도에 올랐을 만큼 애니메이션의 힘은 강력하다. 애니메이션의 최대 장점은 만화나 게임 등에서 본 캐릭터들이 실제로 말을 하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팬들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노래하며 춤까지 춘다니, 기절초풍할 일이다. 물론 러브 라이브는 애니로 인지도를 쌓은 것에 가깝긴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같다.

스토리 면에서도 무인편은 정말 재미없는 작품이었지만(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선샤인 편으로 넘어가면서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재미있는 스토리가 되었고 니지가사키 스쿨 아이돌 동호회 편은 캐릭터 각각의 서사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신선한 진행을 보여주었으며, 슈퍼스타로 넘어가서는 감정 묘사나 캐릭터 서사 진행을 수준급으로 뽑아내는 등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나는.열성 팬들에 비교하면 아이돌물을 그리 깊게 즐기지는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러브 라이브 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과 음악을 즐기는 정도고, Bang Dream! 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이 재미없어서 음악을 듣거나 가끔씩 게임을 즐기는 정도다. 아이돌 마스터는 취향이 아니라서 즐기지 않는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일반인들이 보기엔 아이돌물에 미친 오타쿠 그 자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돌물이 한 번 빠지면 오타쿠 활동에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오타쿠들도 이 말에는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이돌물이 오타쿠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러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계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공급자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아이돌물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아이돌물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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