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리즈와 파랑새 심층 분석

나가레보시 2020. 12. 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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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와 파랑새(2018)

리즈와 파랑새의 정체는?

영화 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는 리즈와 파랑새가 각각 노조미와 미조레를 상징함을 알려준다. 작중 니이야마 선생님은 플루트와 오보에가 각각 리즈와 파랑새를 상징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게 맞다. 그러나 나는 생각했다. 미조레는 확실히 파랑새가 맞지만, 노조미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미조레가 리즈, 노조미가 파랑새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노조미는 갈수록 미조레가 다른 누군가와 친해지고, 혼자서 무언가 행동할수록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불안감을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던 결정적 계기가 바로 니이야마 선생님이 미조레에게 음대를 권유한 일이다. 미조레를 놓아줄 수 없다는 불안감, 재능으로 자신보다 성장한 미조레를 향한 질투가 합쳐져 노조미는 자신은 음대 권유를 받지 못한, 즉 재능(날개)을 가지지 못한 노조미가 재능을 가진 파랑새 미조레를 놓아줘야 하는 리즈라는 것이 한순간에 와닿는다.

한편, 미조레도 자신이 리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조미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실력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었다. 이것은 후에 레이나의 미조레의 진짜 소리가 듣고 싶다는 말을 통해 들통난다. 레이나의 말에 혼란스러워하던 미조레에게 니이야마 선생님은 자신을 파랑새라고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한다. 결국 미조레는 자신은 재능을 펼치고 날아가야 하는 파랑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뒤에 나오는 미조레와 노조미가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는 씬이 중요하다. 자신이 재능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야 하는 파랑새임을 깨달은 미조레와 자신은 재능의 날개가 없는, 그저 미조레를 날려 보내주어야 하는 존재인 리즈임을 고백하는 노조미의 장면을 보자.

 

리즈와 파랑새 中

노조미: 미조레가
미조레: 리즈고, 노조미가
노조미: 파랑새
노조미&미조레: 하지만 지금은..!

이 장면은 노조미의 장면과 미조레의 장면이 교차하여 나타난다. 그렇다면 만약 교차가 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두 사람의 가려진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후부터는 오직 나만의 추측일 뿐이다. 미조레는 '제가 리즈고, 노조미가 파랑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애초에 이 장면이 미조레가 파랑새라는 걸 더 부각하기 위해 미조레 쪽으로 교차시킨 거라 간단하게 추측할 수 있다.

복잡한 것은 노조미 쪽이다. 방금 말했듯이 이 장면은 미조레가 파랑새라는 걸 부각하기 위한 장면이기 때문에 노조미가 어떻게 말했을지는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내 추측으로는 노조미가 '미조레가 리즈고, 내가 파랑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노조미는 미조레를 이제는 날려 보내야 함을 깨닫는다. 그런데도 노조미는 자신의 재능을 전부 해방해 명연주를 한 미조레를 보고 미조레가 지금까지 노조미를 일부러 배려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속된 말로 삐진다. 거기에다 미조레를 이제는 날려 보내야 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망설이며 행동으로 이행하지 못한다.

그런 노조미의 마음에 미조레가 처음으로 진심을 내어 '좋아해 허그'를 시전, 속마음을 터놓으며 미조레가 좋다고 말하자 이제야 노조미는 자신이 나츠키에게 지나가듯 이야기했던 '파랑새는 리즈를 만나고 싶으면 다시 돌아와 만나면 되는 거 아냐?'라는 말처럼 미조레도 때때로 자신에게 돌아와 줄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풀리며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날아가는 두 마리의 새는 미조레도 노조미도 자신이 정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는 파랑새였음과, 때로는 떨어지고 때로는 다시 만나며 함께할 좋은 친구로 남을 것임을 암시한다.

사실 맨 처음 등교 장면에서도 노조미가 먼저 파랑새의 깃털을 줍고, 이것을 미조레에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두 사람 모두 파랑새와 엮이면서 두 사람이 파랑새라는 것은 처음부터 암시되어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리즈와 파랑새라는 영화의 제목은 노조미와 미조레의 비정상적이었던 관계를 표현하는 제목이었고, 두 사람의 진정한 정체는 꿈을 향해 날아가면서도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두 마리의 파랑새였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야마다 나오코의 대비 연출

저번 야마다 나오코 특집 글을 쓸 시점에는 알아채지 못한 것인데, 야마다 나오코는 목소리의 형태 시절부터 대비 연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형태 글에도 써놨으니 보고 오시는 것도 좋겠다. 리즈와 파랑새에서 미조레와 노조미가 처음으로 나오는 장면은 두 사람의 등교 장면이다. 두 사람의 등교를 보면 미조레가 먼저 와서 계단에 앉아 노조미를 기다리고 있다. 그 후에 시작되는 두 사람의 등교는 그야말로 비정상적 그 자체다.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신발을 갈아 신는 등의 모든 행동은 노조미가 먼저 한 뒤 미조레가 따라 한 것이고 두 사람의 대화는 파랑새의 깃털을 제외하고는 없으며, 미조레의 시야는 전부 노조미에게 고정되어 있다. 이것은 미조레의 감정과 행동이 전부 노조미에게 종속되어 있는, 매우 비정상적인 관계다.

갈등이 끝난 후, 노조미는 대입 입시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향하고, 미조레는 음대 입시를 위한 오보에 연습을 위해 음악실로 향한다. 이제야 두 사람의 행동은 똑같지 않으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망의 마지막 하교 장면에서는 미조레 대신 노조미가 기다리고 있고, 두 사람은 하교하며 무엇을 먹을지 이야기하며 동시에 '콩쿠르, 힘내자!'라고 외친다. 곧바로 나오는 미조레의 '해피 아이스크림!'은 영화를 집중해서 보았다면 감탄할 장면이다.

이러한 대비 연출은 미조레가 복어에게 먹이를 주며 노조미와 장난치다 눈을 감으며 웃음을 짓는 동안 눈앞에서 노조미가 사라지며 동요하는 장면과, 노조미가 미조레가 함께 수영장에 가자며 권유할 때 다른 애도 불러도 되냐는 미조레에 말에 동요하는 장면에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야마다 나오코가 영화 리즈와 파랑새에서 보여준 대비 연출은 좁게 보면 등교와 하교의 대비이고, 넓게 보면 다양한 감정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비이다.

미조레와 리리카

미조레가 이끄는 더블리드 파트에는 리리카라는 오보에 파트 후배가 있다. 리리카가 등장할 때는 경쾌한 전용 배경 음악이 시시각각 변주되어 흘러나오며 미조레는 점점 변화한다. 리리카가 처음 등장할 때 미조레는 리리카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리리카가 노조미에게 조언을 얻은 뒤로는 등장할 때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된다. 노조미의 조언 장면에서 달걀이 나오며 리리카가 파랑새 노조미와 연관 있다는 떡밥을 던지는 것은 덤.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며 리리카는 미조레를 '미조 선배'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미조레는 리리카를 수영장에 놀러 가는 것에 끼워주기도 한다. 최종적으로 이것은 이에 노조미가 크게 동요함으로써 미조레가 점점 노조미에게서 독립하려는 모습을 연출한다. 미조레의 독립은 리리카와 미조레의 오보에 합주 장면에서 날개를 펼친다(니이야마 선생님의 최종 조언으로 각성해 날아가기 바로 전 단계라는 거다). 이 장면에서 한 마리의 새만이 창 밖을 날아가는 걸 봤을 때, 리리카는 미조레의 또 다른 일면이며 두 사람의 합주로 미조레라는 파랑새가 날아갈 준비를 끝마쳤다는 해석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들 중 하나다.

마치며

여기에 적은 것 외에도 리즈와 파랑새는 야마다 나오코 특유의 연출 거의 대부분이 포텐이 터진 영화다. 손짓과 발걸음 연출, 대비 연출 등 그녀가 자랑하는 연출들이 적절한 때에 완벽한 방법으로 등장한다. 괜히 내가 야마다 나오코 최고작이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안 보셨다면 빨리 이 화면을 끄고 보고 와서 다시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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