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올해 초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명색이 작품들을 리뷰하는 블로그인데 올해의 작품 선정 정도는 해봐야 할 것 같아서 글을 남겨본다.
장편 영화상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리는 병사의 여정을 최적의 타이밍과 수많은 컷들을 심혈을 기울여 편집해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으로 따라가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의 참혹함과 스러져간 생명들을 웅장하면서도 비극적으로 조명했다. 올해의 영화일 뿐 아니라 전쟁 영화의 역사에도 남을 명작.
장편 애니메이션상, 미술상

모든 생명의 기원이 된 곳, 바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생명의 기원이라는 주제는 영화를 보며 나의 기원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난해하게 진행되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뛰어난 영상미를 위시한 연출로 주제를 확실히 전달한 것은 분명 장점이 될 만한 요소였으며, 극장에서 나와서도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영상미로도 아직까지 해수의 아이를 따라올만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TV 애니메이션상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움직임이다. 그동안 아름다운 그림체와 배경 작화에 홀려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추구하면서도 여러 제약에 타협하는 세 여고생들의 애니메이션 제작기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반할 만한 이야기다. 그 누구보다도 움직임의 미학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과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미친 듯이 파고드는 작품의 주제가 시너지를 내어 더더욱 좋은 작품이었다.
TV 애니메이션 미술상

전작 '러브 라이브 뮤즈 편'과 '러브 라이브! 선샤인!!'보다 비약적으로 진보한 퀄리티의 라이브 씬이 돋보인다. 특히 3D 모델링은 뮤즈 편보다 진보했다며 호평을 들었던 전작보다 몇 단계는 더 뛰어넘어 더더욱 발전하여 전혀 어색하지 않고 정말 자연스럽게 안무를 표현해내었다. 실력 있는 스태프들이 라이브 씬에 대거 참여하여 라이브 씬만 추려 보아도 될 만큼 퀄리티는 굉장하다.
올해의 게임상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야쿠자. 야쿠자를 존속시켜 하수인으로 부리려는 자와 이제는 야쿠자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제대로 된 삶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자가 있다. 그 사이에 선 주인공은 계속되는 싸움 끝에 봄날을 맞이하며 최고가 된다. 암울한 미래가 드리워졌다며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최고라고, 노력하면 언젠가 봄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해주는 작품.
망작 영화상

신파가 어디서 나올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장면에서 신파가 나온다. 울고, 울고 또 운다. 심지어 주인공이 반쯤 망가져 버린 이유도 신파를 통해 만들어버린다. 그 와중에 장점이라고 넣어놓은 카체이싱 장면은 매드 맥스를 의식한 듯 하지만 별로였으며 그 넓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카체이싱과 좀비들로 승부 보려 한다. 이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포장하는 느낌이 물씬 들어 짜증까지 난다.
망작 TV 애니메이션상

Poppin Party, Roselia, RAISE A SUILEN 삼파전 구도로 가기로 결정해 다른 밴드들의 분량이 적어진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캐릭터 파괴와 개연성은 이해할 수 없다. 라이브 씬도 연출도 엉망진창으로, 마지막화에서 '꿈을 꿰뚫는 순간에!'를 다 함께 부르는 장면이라도 살려보려 한 시도는 눈에 보였지만 시선처리는 엉망이며 남아도는 캐릭터들로 공간만 채운 것이 느껴진다. 살면서 내가 각본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고 느낀 애니는 이게 처음이었다.
'특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멸의 칼날은 왜 흥행했나? (6) | 2021.02.08 |
---|---|
작화란 무엇인가? (4) | 2021.01.01 |
유아사 마사아키 (0) | 2020.12.31 |
리즈와 파랑새 심층 분석 (0) | 2020.12.29 |
야마다 나오코 (0) | 2020.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