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나가레보시 2023. 7.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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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2023)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4dS0x3wWJ9U)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다. TV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정말 별로다. 더 심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참도록 하겠다. 원작 만화 <최애의 아이>를 연재 초창기 때부터 읽어왔던 사람으로서(동시에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인 원작 만화를 반쯤 내팽개친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철저하게 원작의 구도를 모방하기만 할 뿐,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도전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애의 아이>가 흥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23년 2분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을 정도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최애의 아이>의 그런 흥행에 역행하고자 한다. 분명하게 말해두고 싶다. TV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흥행을 위해 스스로 애니메이션이기를 포기한 작품이다. 차라리 움직이는 만화, 영상툰이라고 불렀으면 불렀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부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째서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스스로 애니메이션이기를 포기한 작품인지에 대해 빠르게 알아보도록 하자.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가 그러한 이유는, 원작 만화 <최애의 아이>의 대표적인 연출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시도 없이 그대로 복사하여, 결국 어색한 화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정적인 예술이다. 만화 <최애의 아이>는 그러한 특성을 캐치하여 순간의 임팩트 컷을 강렬하게 연출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는 작품이다. 대표적인 예시 장면이 바로 '너의 최애의 아이가 되어주겠어' 장면일 것이다. 나도 그 장면을 만화로 읽었을 때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그러한 원작의 연출 특성을 그대로 복사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복사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만의 특징은 그림이 조금 더 화려하다는 점 정도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컷들을 그대로 복사한 다음 조금 더 화려하게 연출한 덕분에 오히려 원작을 초월한 컷들도 존재는 했다. 개인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아이가 사망하는 장면 및 아쿠아와 카나가 캐치볼을 하는 장면이 있겠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동적인 예술이다. 따라서 정적인 화면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된다면, 결국 영상은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적이라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더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1화의 아이가 사망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그런 활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가 사망하는 장면을 뜯어보면, 아이가 칼을 맞는 컷과 완전히 숨을 거두는 컷은 정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다만 그 컷을 최대한 화려하게 연출하고, 그 사이를 잇는 동적인 장면을 추가한 덕에 어색해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1화 이후 그러한 시도는 등장하지 않았고, 결국 나머지 정지 컷들은 전부 어색해지고 말았다. 물론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 본질인 움직임에 집착하고 있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별로였던 점은 하나 더 있다. 원작의 대사를 그다지 각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영상이 어색해진 상황에서, 캐릭터들로 하여금 원작의 설명 대사들을 축약 없이 그대로 내뱉게 하는 각본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귀멸의 칼날>도 인물들의 대사, 그중에서도 카마도 탄지로의 대사를 각색 없이 그대로 내보내어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각본가 타나카 진이 그런 각본을 썼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정말 별로다. 애니매이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만화의 영역에 구속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 만화 <최애의 아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4장까지는 재미있다. 나 역시 이 분량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분명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작진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는 원작에 철저히 기생하여 성공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는 후속작을 거의 내지 않는 제작사로 유명한 동화공방에서 곧바로 2기 제작을 발표했을 정도로 애니매이션 <최애의 아이>는 크게 흥행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지만, 적어도 나는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2기 분량부터는 원작까지 이상해질 뿐더러, 애니매이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시리즈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보기는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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