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나가레보시 2023. 2.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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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소 맨(2022)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E86e_n_NGAM)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말씀드리자면, 나는 TV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을 시청할 생각이 없었다. 후지모토 타츠키가 그린 동명의 원작부터 나의 취향이 아니기도 했거니와, 인터넷에서 '<체인소 맨>의 작화붕괴'라는 제목으로 떠돌아다니던 클립들이 너무나 기괴해 시청 의욕을 더더욱 떨어뜨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결국 <체인소 맨>을 시청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후에 리뷰할 TV 애니메이션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을 리뷰하기 위해 <체인소 맨>과 비교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시청하지 않은 작품을 들고 와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니까. 그렇게 시청하게 된 TV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은 소문과는 달리 꽤 볼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타나는 기시감이 작품을 시청하는 동안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은 TV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이 작중에서 끊임없이 드러내는 기시감에 대해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사실 어째서 <체인소 맨>이 끊임없이 기시감을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이미 파악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야 당연한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인 나카야마 류가 작중에서 등장하는 기시감 있는 연출들을 '영화적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명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적 연출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이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화면 속에 나타난 모습으로만 정의해 보자면 실제 카메라와 유사한 무빙과 효과 및 인물의 현실적인 움직임을 표현해 내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영화적 연출에 있어서 나카야마 류 감독은 야심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께서는 이렇게 질문하실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절반의 성공인가? 당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체인소 맨>의 '영화적 연출'을 비판할 생각이 아니었나?' 물론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그전에 호평할 것은 호평하고 넘어갈 생각이다. 나는 <체인소 맨>이 내세우는 영화적 연출의 결점이 작화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체인소 맨>의 장점 역시 작화에서 온다. 오로지 작화만 두고 보면, <체인소 맨>은 꽤 좋은 작품이다. 3D에 있어서는 어색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지만, 영화적 연출이 과도하게 발현되지 않았을 때의 작화는 분명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화에 대한 호평은 여기까지이다. <체인소 맨>은 결국 그렇게 강조하던 현실적인 영화적 연출로 인하여 여러 방면에서 좋은 작화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인 나로 하여금 기시감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그렇다면 왜 <체인소 맨>의 영화적 연출은 실패하였는가? 나는 그 이유를 과도하게 강조된 영화적 현실성과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충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애니메이션은 평면적, 즉 2D이다. 그러나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영화적 현실성은 입체적, 즉 3D이다. 이러한 평면과 입체가 충돌하면서 화면에는 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서 카메라는 입체적으로 움직이고, 회전한다. 그러나 인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화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회전에 맞추어 입체적일 때도 있는 반면, 전통적인 작화에 따라 평면적일 때도 있다. 이로 인해 괴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괴리가 바로 일명 '복도 함 달려?' 라는 밈으로도 만들어진 영원의 악마 편이며, 앞서 이야기한 현실성을 과도하게 의식한 입체적 작화 쪽에서도 오류가 생겨 기괴함만을 내뿜기도 한다.

또한, 인물들을 배치하는 구도에 있어서도 묘하게 어색함을 풍기기 때문에(특히 사고를 친 파워가 덴지에게 누명을 씌우는 장면이 그러하다), 앞서 이야기한 괴리감이 더욱 증가한다. 이는 결국 의욕만 앞선 나카야마 류 감독의 철저한 역량 부족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러한 괴리감 외에 <체인소 맨>을 혹평할 요소는 그다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초반의 액션이 별로였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또한 스토리 쪽에서는 꽤 흥미진진하기도 했는데, 불우한 주인공이 기관에 스카우트 되어 싸워 나간다는 클리셰적인 줄거리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B급 정서의 코미디들이 그러했다. 지금까지 나는 나카야마 류 감독의 역량 부족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사실 나는 나카야마 감독이 단점보다도 장점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차기작에서는 그 장점을 더 드러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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