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

나가레보시 2023. 3. 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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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2022)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Rrf5xm8GFZg)
시네마틱 애니메이션, 풀이하자면 '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뜻이 된다. 나는 이 단어가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분야란 오직 실사(카메라로 찍는) 영화만의 특권이며,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실사의 뒤를 따라간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술하겠지만 오늘 리뷰할 TV 애니메이션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인물과 배경을 잡아내는 구도, 화면 비율, 다양한 카메라 효과 등에서 이 작품은 분명 실사 영화로부터의 영향을 크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시네마틱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 영화 같은 TV 애니메이션'이라고 지칭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편의를 위하여 개인적인 생각은 잠시 내려두고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으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자, 그렇다면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의 중요 요소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구도와 카메라 효과, 그리고 화면 비율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실사 영화는 카메라의 예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움직임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표적으로 <체인소 맨>의 나카야마 류 감독이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에 있어 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실사 영화와 유사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했다면 카메라가 담아내는 현실 속의 움직임까지 어느 정도 모방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이는 더욱 타당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나카야마 감독은 현실적인 움직임의 표현에만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움직임을 표현할 연출에서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TV 애니메이션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과 감독 와타나베 유키는 나카야마 류 감독의 <체인소 맨>과 달리 시네마틱과 애니메이션 양쪽을 모두 붙잡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그 성공의 이유를 앞서 이야기했던 실사 영화에서 활용되는 구도와 카메라 효과, 그리고 화면 비율의 활용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달리 말하면 와타나베 감독은 현실적인 움직임의 모방을 포기하고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따르고 활용하였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시네마틱이기 이전에 애니메이션이므로, 실사의 것과 애니메이션의 것을 조합하여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와타나베 유키 감독은 실사 영화에서 구도와 카메라 효과, 그리고 화면 비율을, 애니메이션에서 특유의 움직임을 가져와 조합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리얼한 시네마틱과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친숙한 일본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단점이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기본적으로 액션 장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의 액션은 꽤나 미흡하다. 모름지기 액션에는 박력이 느껴져야 하는 법인데, 가벼움만 느껴진다고 할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박력적이어야 했을 여러 액션 장면들에서 그저 애들 장난만이 느껴졌다. 그래도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훗날 방영될 후속작에 있어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있고, 이외에도 아쉽게 느껴졌던 요소인 아미야의 각성을 위한 미샤 파트의 각본적인 미흡은 감독과 제작진의 훌륭한 화면 연출로 극복해내었기 때문에 더 이상 크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제외하면 이 애니메이션에 그다지 아쉬운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호평만을 남길 예정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구도와 카메라 효과, 그리고 화면 비율에 대한 호평이 될 것이다.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시네마틱 애니메이션을 표방한만큼,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채용 및 활용된 2.35:1 비율, 즉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심심풀이로 바깥 풍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기는 취미가 있다. 그런 내가 언제나 생각하는 것은, '비스타비전' 비율이라고 부르는 1.85:1 비율은 일상 매체에서 꽤 자주 접하는 1.78:1(16:9) 비율에 꽤 가까운만큼 어떻게든 다루어 괜찮은 영상을 촬영해보겠지만,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정말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도 적용되었다.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화면이 가로로 넓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이에 따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죽이기 위한 화면 구성 방식이 까다로운 비율이다. 즉, 가로로 넓은만큼 웅장함을 강조하는 연출이나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하여 화면을 꾸밀 수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면 그 화면은 텅 비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네마스코프 비율에서는 구도를 효과적으로 잡거나 미장센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화면의 빈곤을 해소하여야 한다.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그러한 면에서 탁월하다. 특히 구도적인 면에서 그러한데, 적절한 인물 배치와 클로즈업을 통해 구도를 잡아 좋은 화면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감독의 장기가 크게 발휘된 장면이 7~8화에서 이루어진 아미야의 각성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렌즈 효과 같은 카메라 효과도 탁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잘 활용하는 감독은 드물다.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각각 <용과 주근깨 공주>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보여준 시네마스코프도 분명 웅장했지만 꼭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을 정도로, 극장에서 상영했기에 시네마스코프로 만들었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나마 <해수의 아이>의 와타나베 아유무 같은 감독이 있었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시네마스코프는 유지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굴된 와타나베 유키라는 감독은 그야말로 시네마스코프 애니메이션의 보물 같은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조금 미흡한 면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가 액션의 유지력을 강화하고 핸드헬드 기법을 제대로 숙지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명감독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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