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나가레보시 2022. 7. 2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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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2018)

(영상으로 시청 가능 https://youtu.be/KfQG0UY-znI)

지난번에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울트라 로맨틱->을 리뷰하면서 언급했던 작품이 있다. 바로 후루카와 토모히로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이다. 나는 이 작품을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울트라 로맨틱->의 아방가르드 연출을 칭찬하기 위해 잠깐 언급하며 언젠가 리뷰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음에도 오늘 리뷰는 짧을 예정이다. 왜냐하면, 나는 TV 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보다는 영화 <극장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쪽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의 리뷰는 <극장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의 리뷰를 위한 초석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극장판 리뷰도 아직 생각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 늦을 듯하다.

 

이 애니메이션의 장르를 무엇으로 정의하면 좋을까? 조금은 무리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이돌 장르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그 외에도 뮤지컬, 백합, 성장, 군상극 등의 다양한 장르들이 떠오른다. 더 폭을 좁혀보자면 백합을 곁들인 뮤지컬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장르적 요소는 백합과 뮤지컬이다. 주역들의 활약은 모두 무대 위에서의 노래로 이루어지고, 이야기 진행에는 백합 코드가 중요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갈등의 발생과 해소에 있어서도 두 요소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작품의 주역인 '세이쇼 음악학원 스타라이트 99조'의 소녀들은 백합적 코드를 통해 엮이고, 동시에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은 '레뷰'라고 불리는 뮤지컬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갈등, 혹은 스토리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9명의 소녀들은 모두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이상한 기린은 레뷰에서 1등을 차지하면 그녀들의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말한다. 결국 소녀들은 싸운다. 동시에 백합적 코드로 엮였던 상대와 갈등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끝내 갈등을 해소하며 다시 결합한다. 그렇게 1등이 정해진다. 하지만 1등이 최고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패배한 소녀들의 반짝임을 자양분으로 삼았기 때문이었고, 1등을 차지한 카구라 히카리는 그 사실을 영국에서의 레뷰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짝임을 빼앗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친구들이 공연할 연극 '스타라이트'의 비극을 홀로 되풀이하는 선택을 한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아이죠 카렌은 스타라이트를 재해석한 후 다시 무대 위에 올라 히카리를 구해내고, 비극을 끝낸다.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연출을 칭찬하면서 정작 스토리, 즉 각본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연출보다도 각본 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9명의 소녀들의 백합적 코드로 엮이고, 갈등을 일으키고, 이 갈등을 백합적 코드를 통해 해소하고, 더 나아가 정해져 있는 비극을 재해석하여 희극으로 바꾸어내는 엔딩까지 전부 좋았다. 물론 초반에는 설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바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도 높은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 같다. 오히려 연출은 이러한 각본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렇다고 연출이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연출은 아방가르드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울트라 로맨틱->의 아방가르드 연출보다는 별로였지만 충분히 특색은 있었다.

 

9명의 소녀들의 감정과 관계를 무대 효과라는 방식을 통해 연출하는데, 이 연출에서 아방가르드가 사용된다.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츠유자키 마히루와 아이죠 카렌의 배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코미디부터 백합적 관계, 갈등과 그 해소의 연출까지 정말 흠잡을 곳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연출은 아쉬웠다. 분명 특색 있는 연출이기는 하지만, 무대 바깥에서 사용되는 아방가르드 연출들은 그렇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각본을 연출이 보조하는, 더 나쁘게 말하면 각본에 연출이 끌려가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TV 애니메이션에 한정된 이야기다. 극장판의 아방가르드 연출은 이보다 더 발전하여, 각본과 연출이 동등한 위치에 서서 활약한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울트라 로맨틱->보다도 좋다. 리뷰를 기대하시길.

 

백합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나는 백합 장르를 마니악하게 즐기지는 않지만,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는 즐기는 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TV 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의 메인 장르 중 하나인 백합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합 장르는 과도하게 이용하면 작품의 주제까지 훼손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각본은 연출의 보조를 받아 백합 장르를 거꾸로 이용해버린다. 덕분에 작품의 주제는 훼손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었다. 이러한 경지에 오른 감독은 부족한 나의 식견을 감안해도 야마다 나오코 감독을 제외하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더 떠올려보라고 해도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향을 짙게 받은 와카바야시 신 감독 정도라고 생각한다. 후루카와 토모히로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으로 이러한 경지에 올랐으니, 참 놀랍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백합은 사실 불안정하다. 소녀들의 감정이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날뛰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눈감아줄수 있는 정도이고, 후속작인 <극장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에서는 전부 개선된 모습도 보여준다.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는 좋은 작품이다. 각본은 정말 마음에 들었고, 평론가들이 극찬하던 아방가르드 연출은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각본에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까지 어느 정도 받았지만 마이너스 요소라고 할 만큼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후루카와 토모히로 감독은 후속작 <극장판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전부 개선해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었다. TV 애니메이션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는 그러한 후루카와 토모히로 감독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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