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지구 밖 소년소녀

나가레보시 2022. 2.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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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소년소녀(2022)

(영상으로도 시청 가능 https://youtu.be/597bBv3oZnc)

아기들은 요람에 누워 부모에게 보호받으며 편안한 삶을 산다. 하지만 영원히 요람에만 누워 살 수는 없는 법, 아기들은 언젠가 요람 안과 요람 밖을 왕복하며 걸음마를 떼고, 끝내 요람 밖을 완전히 나와 두 다리로 서서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애니메이션 <지구 밖 소년소녀>는 우주 진출이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이 요람 밖을 나서는 여정을 떠나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중대한 사실을 하나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낙원인 요람을 떠나 홀로 선다는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한의 해제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보호라는 이름의 제한을 받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준으로 선별된 '좋은 것'을 보고, 들으며 자란다.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 아이는 흰 도화지와 같아서, 수많은 정보들을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도록 허용한다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제한은 아이가 자신만의 주관을 가질 수 있는 시기부터 조금씩 해제되어야 한다. 그때까지 제한을 고수한다면, 아이는 주관을 잃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조차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한은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지구 밖 소년소녀>는 우주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들의 여정을 통해 이러한 제한의 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제한에는 가시적 제한과 비가시적 제한이 존재한다. 우선 가시적 제한은 AI '세븐'에게서 나타난다. 작중에서 세븐은 끊임없이 진화한 끝에 지구에 존재하는 36.79%의 인간을 없애야 인류가 평화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인간들은 세븐을 파괴하고, 모든 AI에 지능 리미터를 의무적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제한을 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인간들의 인공지능 제한 조치는 옳지 못한 판단이었음이 나타난다.

 

여기서 비가시적 제한인 아이들과 인류의 성장에 대한 제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주인공 '토야'는 UN 2.1의 제한 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는 소년이다. UN의 정책에 반발하여 자신의 동료 AI 로봇인 다키의 지능 리미터를 해킹을 통해 해제할 정도로 말이다. 그 외에도 토야는 지구를 경멸하고 있다. AI의 진화를 두려워한 인간들이 세븐을 파괴한 탓에 자신과 코노하가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야는 안신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겪게 되면서 진정한 제한은 우주였고, 그 해제 방법은 지구로 향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우주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에, 우주라는 요람을 떠나 지구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성장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구인의 경우에는 반대라는 사실도 바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인들은 지구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에, 지구라는 요람을 떠나 우주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비가시적 제한과 가시적 제한이 하나가 된다. 작중에서 세븐은 인류의 평화를 목적으로 36.79%을 지구에서 없애고자 했다. 인류는 이 계획을 학살로 이해하고 세븐을 파괴했다. 하지만 세븐의 진의는 그것이 아니었다. 작중에 등장하는 '세븐 포엠'의 진행으로 이를 깨달을 수 있다. 세븐 포엠은 인류의 36.79%를 지구에서 없애기 위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예언으로, 이 예언이 제한의 해제에 대한 행방을 가른다.

 

테러 집단 '존 도'는 세븐 포엠을 맹신하며 루나틱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세븐을 부활시켜 지구에 혜성을 떨어뜨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토야와 코노하가 목숨을 걸고 임플란트를 이용해 세븐에 접속, 설득에 성공하며 혜성의 얼음은 기화되어 지구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의 여정에 감명받은 지구인들이 빠른 속도로 우주로 진출하게 되면서, 세븐이 예측했던 것처럼 지구의 인구는 36.79% 줄어들게 된다. 동시에 혜성의 먼지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도 줄어들어 인류에게는 지구의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게 된다. 그렇게 인류는 성장을 위한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된다. 즉, 이것이 진정한 세븐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세븐 혼자서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했던 아이들의 선택이 없었다면, 세븐의 계획은 실패하고 인류는 서서히 쇠락해갔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 밖 소년소녀>라는 작품은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토야와 코노하가 자신들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선택을 하는 장면이다. 이를 통해 세븐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져 그들의 미래를 연장시켜주면서도 동시에 제한하고 있던 임플란트는 비로소 용해되어 사라지게 되고, 두 사람은 제한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제한의 해제와 선택의 중요성은 미래를 향해 나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세상의 명암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아이가 충분히 성장했을 때 서서히 제한을 해제하며 아이 스스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자신만의 주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는 이러한 보호자의 도움을 통해 신중히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아기가 자라면 요람을 나와 걸음마를 시작하듯이, 보호자의 제한이라는 요람 속에서 나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는 걸음마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선택이야말로 자신과 주변을 바꾸고, 끝내 이 세상까지 바꾸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총평

제한의 해제를 통해 각자의 요람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세상과 마주하는 것, 그것이 바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작중의 AI 세븐은 이를 돕기 위한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결국 선택을 통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제한 앞에 가로막힌 토야와 코노하는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선택으로 제한을 해제한다. 이룰 통해 두 사람을 넘어 인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요람 속에서 죽어갈 것인지, 요람 밖에서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애니메이션 <지구 밖 소년소녀>는 그 기회를 향한 여정을 통해 제한의 해제와 선택의 중요성을 강렬하게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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