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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나가레보시 2021. 10. 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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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현대에는 게이나 레즈비언과 같은 성소수자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 등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고, 심하면 차별까지 받고 있기도 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있는 세상을 비판하고 소수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리뷰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소수자들을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관에 훌륭히 녹여냄과 동시에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부류들을 풍자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주제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백인의 흑인 차별이 심각했던 1960년대가 배경인만큼 1차적으로 쉽게 눈에 띄는 연대는 주인공이자 장애인인 엘라이자와 흑인인 젤다의 연대이다. 이는 영화가 만들어진 2017년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2021년에도 장애인과 흑인에 대한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엘라이자와 젤다는 친한 친구 사이이다. 이는 젤다가 농인인 엘라이자의 수화를 알아들을 수 있어 그녀와 통역 없이 편하게 대화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엘라이자와 젤다의 유대 관계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인 두 사람이 연대하고 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엘라이자와 젤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연대는 후반부에서 절정에 달한다. 이는 젤다가 엘라이자로부터 양서류 인간을 연구소에서 빼돌려 바다로 돌려보낸다는 믿기 힘든 계획을 들었음에도 그녀를 돕는 장면과 스트릭랜드가 엘라이자의 계획을 알아채고 엘라이자를 추격할 때도 그녀를 돕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엘라이자와 젤다의 관계 외에도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는 존재한다. 엘라이자의 이웃인 자일스는 게이로, 성소수자다. 초반엔 이것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냥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로 보이지만, 중반부에 파이 가게 사장의 손을 잡았다가 매몰차게 쫓겨나는 장면에서 그가 성소수자임을 알 수 있다. 엘라이자와 자일스는 정말 친한 관계이다. 엘라이자는 자일스의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듯하며 그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일스도 그녀를 편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결정적으로 자일스도 젤다처럼 엘라이자의 수화를 알아들을 수 있어 그녀와 통역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사실 엘라이자와 젤다의 연대보다도 더 자세하게 나타나는 것이 엘라이자와 자일스의 연대이기도 하다. 양서류 인간을 구하기 위해 엘라이자가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한 사람은 자일스였고, 양서류 인간을 구한 후 돌보고 있는 엘라이자를 뒤에서 지켜보고 도와준 것도 자일스였다. 이처럼 엘라이자와 자일스의 관계가 엘라이자와 젤다의 관계보다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두 사람이 이웃이고 거의 가족 급으로 교류하고 있다 보니 주로 직장에서만 만나는 젤다보다 더 깊은 유대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엘라이자와 젤다, 자일스와의 연대보다 더 중요하고 최종적으로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연대는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연대, 그리고 이를 넘어선 사랑이다. 종을 넘어선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이 작품의 주제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젤다와 자일스를 제외한 타인들은 엘라이자를 '벙어리'라고 부르며 차별하고, 심하게는 아예 그녀를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양서류 인간은 엘라이자를 그런 차별 없이 대하고, 심지어 종이 다름에도 사랑하기까지 한다. 엘라이자의 말에 따르면, 양서류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엘라이자가 농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녀를 있는 그대로 대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이 이 작품의 주제를 확실하게 대변한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할 때 비로소 완전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다수자와의 연대
이 작품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만 등장하지 않는다. 사회적 소수자가 아닌 사람과 사회적 소수자의 연대도 등장한다. 이는 NASA의 연구원이자 소련의 스파이인 '호프스테틀러 박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작중에서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양서류 인간을 해부해 정보를 얻고자 하는 스트릭랜드의 계획에 반대하고, 미국이 더 이상 무언가를 배워서는 안 되니 양서류 인간을 죽이라는 상관의 명령에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지성이 있고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생명체인 양서류 인간을 죽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종이 다르다고 해서 양서류 인간을 물건으로 보지 않는, 즉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호프스테틀러 박사의 가치관은 엘라이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양서류 인간을 죽이는 것을 망설이던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엘라이자가 양서류 인간을 연구소에서 빼돌리려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돕는다. 그 과정에서 박사는 엘라이자가 장애인이라 무시하지 않고, 엘라이자를 돕고 있던 젤다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는다. 또한 성소수자인 자일스가 엘라이자를 돕다 곤경에 처하자 재빨리 그를 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수자인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차별받는 원인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양서류 인간을 무사히 바다로 되돌려 보낸다는 연구자로서의 직업적 윤리 정신에 의거하여 엘라이자와 그녀의 동료들을 돕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역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작품의 주제이다. 직업윤리에 의거해 양서류 인간을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자신과 뜻이 일치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인 엘라이자와 그녀의 동료들을 차별하지 않는 호프스테틀러 박사야말로 이러한 주제를 실천해야 하는 다수자들을 위한 길잡이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총평
이전부터 자신의 메시지를 판타지 세계에 구현해왔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하는 방식마저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에서 구현하는, 한없이 그다운 모습을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성소수자, 흑인, 장애인, 심지어 인간과는 별개인 다른 종족마저 자신의 판타지 세계관에 포용하고 있는 델 토로 감독의 능력은 정말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 있는 차별을 철폐하는 방법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델 토로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판타지 세계를 관객들에게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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