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나이와 고바토가 계약 연인 관계를 청산하고 3학년이 된 어느 날, 두 사람은 각각 연하의 후배와 같은 반 동급생에게 고백을 받고 소시민 생활을 즐긴다. 그런 두 사람에게 방화라는 거대 범죄가 끼어들고,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소시민 시리즈 3권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 리뷰, 시작한다.
오사나이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자신의 이름을 모교의 역사에 새기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방화 사건의 범인을 추적한다. 오사나이는 그런 남자 친구에게 범인 추적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응원의 뉘앙스를 취한다. 고바토의 새로운 여자 친구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상상하는 여자 친구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함께 쇼핑을 가고, 여러 음식들을 맛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고바토는 그런 여자 친구의 응석을 받아주며 관계를 키워나간다. 오사나이와 고바토는 각자의 새로운 연인들과 행복한 소시민의 삶을 즐기는 듯 보인다.
그런 소시민의 삶에 방화가 끼어들며, 오사나이와 고바토는 숨겨둔 자신들의 본성이 튀어나오려 함을 감지한다. 오사나이는 남자 친구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고바토는 방화의 용의자가 오사나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 본성은 꿈틀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전작과 달리 오사나이가 소시민의 규율을 비교적 지키고 있고 고바토가 소시민의 금기를 깨려고 한다는 것.
한편 오사나이의 남자친구 우리노는 오사나이에게 더 직접적인 응원을 부탁하지만, '소시민인 사람이 더 좋다'는 말에 격분,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려 키스를 시도한다. 고바토의 여자 친구 나카마루는 데이트 중 자신의 추리 본성을 자제하지 못하는 고바토에게(정확히는 남자 친구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지 못하는 고바토에게) 마음이 식어가며 양다리를 걸친다. 사귀게 된 계기가 그녀의 고백인 것이 포인트.
이 상태로 시간은 흘러 결말부, 범인은 우리노의 절친한(?) 친구였고 동기와 방식은 그를 골려먹으려 그의 추리를 역이용해 모방한 범죄였음이 밝혀진다. 우리노는 절망에 빠진다. 놀라운 것은 오사나이가 늑대의 본성을 끄집어내 그녀에게 멋대로 키스한 우리노에게 복수하려 우리노를 유인했다는 것. 양다리를 걸쳤던 나카마루는 결국 정신승리를 하며 고바토를 차 버리고 만다. 고바토는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 그에게는 시작부터 그다지 마음 없는 연애였기 때문에. 결국 우리노와 나카마루는 씁쓸한 엔딩을 맞는다.
연인과 헤어진, 혹은 꿈같은 소시민의 삶을 체험하다 돌아왔을지도 모르는 오사나이와 고바토는 재결합한다. 두 사람은 성장했음과 동시에 우리노와 나카마루와의 교제를 통해 서로가 아니면 본성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끝내 前 연인들이 가져간 씁쓸함을 딛고 두 사람은 달달한 엔딩을 쟁취한다. 마치 오사나이가 미친듯이 사랑하는 달콤한 디저트를 쟁취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주인공 커플에게는 달달한 재결합의 이야기, 우리노와 나카마루에게는 씁쓸한 이별의 이야기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특징인 씁쓸한 이야기 원칙이 어쨌든 지켜졌다는 것이 씁쓸한 개그 요소.
이 글을 쓰며 작년에 소시민 시리즈의 신간이 나왔음을 알게 됐다. 아직 한국에 정발되지는 않아 애타게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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