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블

나가레보시 2022. 5. 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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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2022)

(영상으로 시청 가능 https://youtu.be/TbAexAC4Szk)
아라키 테츠로를 아시는지?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데스노트>나 <진격의 거인>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아라키 테츠로는 바로 이 작품들의 감독이다. 사실 나는 아라키 테츠로 감독의 작품을 그리 많이 감상하지 않았다. 그 유명한 <데스노트>도 보지 않았고, 그나마 <진격의 거인> 3부작을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라키 테츠로 감독의 앞날을 지지하고 있다. 비록 접한 작품은 <진격의 거인> 뿐이지만, 그 작품만으로도 잔혹함을 극대화하는 연출력과 시종일관 어두운 배경을 유지하는 스토리텔링이 깊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나는 아라키 테츠로 감독의 신작 영화 <버블>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다는 소식을 들었고, 기대하고 있었다. 영화 <버블>은 아라키 테츠로 감독의 전작들보다는 못하지만 괜찮은 작품이다.

이번 리뷰는 짧을 예정이다. 왜냐하면, 내가 이 작품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확실히 믿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는 했으나, 다른 리뷰들과 달리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내 생각만 간단히 전달하고 나머지는 여러분의 생각에 맡기고자 한다. 영화 <버블>은 세계, 더 나아가서 우주의 이치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주제를 세카이계적 요소들을 통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우선 이 영화의 어떤 면에서 세카이계적 요소들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세카이계적 요소들이 응축되어 있는 인물은 여주인공인 '우타'이다. 그녀는 어느 날 도쿄를 침수시킨 거품이 인간화되어 나타난 소녀이며, 도쿄 침수의 원인인 거품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우타는 남주인공인 '히비키'와 엮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충분히 세카이계적 요소가 다분하다. 세상을 바꾸어버릴 수 있는 힘을 여주인공인 우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카이계적 요소는 그다음에 나타난다. 바로 우타와 히비키의 관계이다. 도쿄 타워에서 폭발이 일어난 날, 우타와 히비키는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만남은 도쿄 타워가 폭발하는 원인이 된다. 즉, 이때부터 거품을 조종할 수 있는 소녀 우타와 남주인공 히비키에게는 언젠가 도쿄를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운명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주인공 남녀가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인물들이 갈등하고 선택하는 이야기를 담은 장르를 말한다. 이러한 정의와 주인공인 우타와 히비키에게 주어진 설정들을 생각해보면, 아라키 테츠로 감독의 영화 <버블>은 세카이계 영화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영화 속에 들어있는 세카이계적 요소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우리는 앞에서 짧게 소개했던 이 영화의 주제인 '세계, 더 나아가서 우주의 이치는 계속해서 반복된다'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볼 것이다. 이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은 <인어공주>를 변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대가로 두 다리를 얻어 뭍으로 올라온 인어공주는 사랑과 영혼을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지며 공기의 정령이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우타도 히비키를 위해 거품 속으로 몸을 던지며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언젠가 일어날 재회를 꿈꾼다. 그렇게 도쿄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도쿄는 다시 침수될지도 모른다. 우타와 히비키가 재회할지도 모르는 것처럼.

재앙이 다시 반복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 <버블>은 한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설령 다시 재앙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언젠가 세상은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 역시 '재회'라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우타와 히비키가 재회할지도 모르는 것처럼, 평화 역시 다시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솔직히 이 영화를 끝까지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인어공주>를 변주한 우타와 히비키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발생한다. 두 주인공의 로맨스를 이해해야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아라키 테츠로 감독은 이 로맨스를 그다지 밀도 있게 연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하면 영화를 오독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왕자를 찾아 목소리를 대가로 두 다리를 얻어 뭍으로 올라온 인어공주는 사랑과 영혼을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지며 공기의 정령이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우타도 히비키를 위해 거품 속으로 몸을 던지며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언젠가 일어날 재회를 꿈꾼다. 그렇게 거품은 사라지게 되고, 도쿄는 재건된다. 마치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된 것처럼. 거품은 또 내릴지도 모르고, 세상은 다시 파괴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분명 세상은 재건될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라키 테츠로의 영화 <버블>은 유명한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세상은 반복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표현하는 영상은 매우 뛰어났다. 다만 모티브가 모티브인 만큼 로맨스를 더 밀도 있게 연출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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