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도 시청 가능 https://youtu.be/MpomCFlfoB0)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 중에는 <주술회전>이 있다.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가 우연히 주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로, 2020년 4분기에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 <주술회전>의 외전이자 프리퀄인 <도쿄 도립 주술 고등전문학교>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주술회전 0>가 2022년 2월 한국에 개봉하였다. 나는 <주술회전>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극장까지 찾아가 감상할 생각은 없었지만, 친구의 권유로 감상하게 되었다. 감상 후의 소감은, <극장판 주술회전 0>는 꽤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다는 것이다. TVA 1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더 뛰어난 작품이고, 비슷한 장르의 작품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 영화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소년만화 원작의 액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리뷰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줄거리와 각본은 평범하지만, 액션은 하나같이 뛰어난 장면들 뿐이라는 생각이다. <귀멸의 칼날> 시리즈를 리뷰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을 볼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도 줄거리와 각본으로 승부 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뛰어난 영상 퀄리티로 승부 보는 작품이다. 말이 나왔으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비교해보도록 하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극장판 주술회전 0>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보다 좋게 보았다. 우선 각본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무한열차편은 과도한 원작 재현으로 작품을 망쳤지만, 주술회전 0은 줄거리를 생략하기는 해도 관객들이 납득할만한 설정을 제시하며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제 액션을 비교해보자. 혹자는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무한열차편도 다른 제작사의 작품들은 따라오기 어려운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 아닌가?' 이에 먼저 답하자면, 그렇다. 그럼에도 내가 주술회전 0의 액션을 무한열차편의 액션보다 고평가 한 이유는 작화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작화는 움직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귀멸의 칼날> 시리즈의 액션에 대한 호평은 움직임보다는 뛰어난 촬영 효과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촬영 효과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움직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대로 <주술회전> 시리즈의 액션은 화려한 촬영 효과가 아닌 다채로운 움직임을 선보이는 작화에서 나온다. 감독 박성후가 유명 액션 애니메이터 출신이기 때문에, 그의 연출로 만들어진 멋진 액션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취향의 영역에 가깝다. 당연히 화려한 촬영 효과로 만들어진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취향은 후자에 가깝다. 따라서 나는 액션 애니메이팅에 능한 박성후 감독이 진두지휘하여 만들어진 다채로운 움직임의 작화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눈에 각인되는 촬영 효과가 어우러져 멋진 영상을 선보이는 <극장판 주술회전 0>의 액션을 화려한 촬영 효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액션보다 고평가 하게 되었다. 절대 <귀멸의 칼날>의 액션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아주시기 바란다. 나는 이전에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편>을 리뷰하면서 <귀멸의 칼날> 시리즈의 액션을 크게 호평했다.
이제 다시 각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의 각본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줄거리는 아무것도 몰랐던 주인공이 능력을 깨닫고 성장하는 왕도적인 내용이고, 그 성장에도 군데군데 공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로 이 영화를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대부분의 액션 배틀물은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작품들 중 하나인 왕도적 작품일 뿐이다. 또한 이를 제외하면 주인공 유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사랑하는 소녀 리카의 저주를 풀고 그녀를 성불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타의 이야기는 왕도적이기는 해도 확실한 감동과 전율을 준다. 또한 TVA의 주인공 3인방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보다는 확실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야기임이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주술회전>의 TV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재미있게 시청하지 못했다.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의 세계에 대해 알아가고 힘을 키우는 1쿨은 왕도적인 액션 배틀물의 전개와 비슷했기에 꽤 집중하면서 시청할 수 있었다. 별로였던 것은 도쿄 도립 주술 고등전문학교와 교토 부립 주술 고등전문학교의 교류회가 주요 줄거리인 2쿨이었다. 그나마 마지막화는 임팩트 있게 마무리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극장판 주술회전 0>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TVA와 비슷한 왕도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TVA의 주인공 3인방과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극장판 주술회전 0>의 주인공 유타의 유약하면서도 진지한 캐릭터가 TVA의 주인공 3인방의 캐릭터보다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극장판 주술회전 0>는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TVA <주술회전>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보다 훨씬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지 않고 이 작품에 한정하여 평가해보아도 극장에서 감상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질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