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류 에세이를 싫어하는 이유>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떡볶이류 에세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은 보이지 않아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중학생 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가끔씩 책 이야기를 같이 했던 같은 반 친구가 읽고 있기에 “그건 무슨 책이야?” 하고 물어보니 힐링되는 책이라고 해서 이야기를 더 이어가기 위해 읽어봤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은 여타 떡볶이류 에세이들이 그러하듯 현재의 일상에 치여 사는 사람이 자기를 되돌아보며 일상에 일부러 치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쉬어도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계속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반복한다. 문제는 그렇게 위로받고 쉬기만 하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장애물을 격파하거나 뛰어넘어야 할 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그 때를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회피하고, 위로라는 이름으로 회피를 정당화하게 된다면, 이는 삶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그저 삶을 도중에 포기해버리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휴식은 필요하다. 자동차 경주에서 엔진이 과열될 때까지 달리다 한계를 맞은 자동차에게는 정비라는 이름의 휴식이 주어지고, 정비가 끝나면 자동차는 다시 트랙을 달리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로 살아가다 보면 힘이 들 때가 있고, 휴식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 휴식의 과정에서 “힘들었지? 지금은 다 잊고 편히 쉬어.” 같은 위로는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주변으로부터 위로받고 마음을 추슬러 그 슬픔을 이겨나가는 것처럼. 하지만 떡볶이류 에세이의 문제점은 휴식과 위로 그다음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괜찮아요, 위로해 줄게요, 편히 쉬세요.” 같은 문장들이 챕터마다 변주되다 끝날뿐, “휴식이 끝나면 다시 일어나 함께 열심히 달려봐요.” 같은 문장은 없다. 이건 현실에서 취하는 휴식이 아니라 가상에서 취하는 휴식이나 다름없다.
“현실이든 가상이든 휴식하는 건데 뭔 차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애니메이션으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현실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고 놀러 다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도 정말 좋은 하루였어!” 하며 오늘을 회상하며 잠드는 것과, 애니메이션 속 미소녀들이 경음악부에서 록 음악을 즐기거나 취주악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모습들, 혹은 미소년들이 불꽃 튀기는 수영 대결, 배구 대결을 펼치는 모습들에 빠져들어 있다가 공허한 현실로 돌아와 쓸쓸히 잠드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다.
떡볶이류 에세이는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저 책이라는 가상 세계를 읽어나가는 시간 동안 위로받을 수 있을 뿐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그 순간을 직시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이를 위로하고, 다시 이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구나.’
떡볶이류 에세이는 이러한 면에서 세 번째 단계까지는 꽤 훌륭하게 달성한다. 우선 이런 애세이를 읽는 사람은 삶이 힘들어서 책을 펼쳤을 것이니 첫 번째 단계가 달성되고, 책이 “이러이러해서 너무 힘드셨죠?” 하고 물으면 독자는 “맞아, 난 이래서 힘들었어.” 하고 대답하게 될 것이니 두 번째 단계도 달성된다. 세 번째 단계 역시 작가가 자신의 괴로움을 스스로 위로하는 문장을 서술하면 독자도 이에 위로받게 되는 책의 특성상 달성된다.
하지만 네 번째 단계는 달성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위로와 휴식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책 속의 작가와, 책이 끝나면 동시에 위로와 휴식도 끝이 나고 공허한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독자의 차이는 너무나 비참하다. 결국 독자는 또다시 위로받고 휴식하기 위해서 또 다른 떡볶이를 책장에서 꺼내먹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살찌게 한다는 책은 독자의 마음을 고도 비만으로 만들게 되고, 삶은 서서히 꺼져가게 될 것이다.
나는 떡볶이류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이 글을 편향적이고 극단적이게 썼다. 당연히 이런 책들로 위로받고 휴식한 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위로와 휴식만 존재하고 재전진은 존재하지 않는 떡볶이류 에세이들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지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