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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73

너의 색

나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을 언제나 지지해 왔다. 그녀의 영화와 TV 애니메이션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일관적으로 화면 안에 표현하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새로운 연출들을 적용하는 모습으로 새로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신작 영화 은 꽤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슬프게도 아쉬움 역시 다가와 버리고 만 작품이었다. 에는 새로움이 없다. 물론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언제나 새로움만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의 집대성'이라는 내재적 주제의 표현을 위하여 새로움을 배제한 채 야마다 나오코 감독이 지금까지 활용해 왔던 모든 특징적인 연출들을 하나로 모아 훌륭하게 등장시켰음에도 각본은 이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다. ..

영화 2024.10.22

룩 백(영화)

나는 이번 글에서 영화 의 서사적 해석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전에 만화 의 리뷰에서 이미 확실하게 시도했던 것일뿐더러, 영화 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 서사적 해석은 그다지 의미 없는 행위 같다는 생각이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그 이유를 철저하게 파헤침과 동시에 애니메이션화 작품에 걸맞은 새로운 시선의 해석을 시도하여 어째서 영화 이 훌륭한 작품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영화 은 '만화의 영상화'라는 엔터인먼트의 시선에서 관람하게 된다면 그다지 좋은 평을 남기지는 못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만화 은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에 대한 추모와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쌓여왔던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삶의 궤적, ..

영화 2024.09.27

거울 속 외딴 성

나는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영화 을 꽤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더 좋은 후기를 쓰기 위해 세 번이나 영화관에서 관람하였을 정도니까. 그런 만큼, 영화 은 영화 이후 12여 년간 부진했던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걸작이라고까지는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재기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화 을 감상한 나는, 원작 소설과 타 미디어믹스 작품들도 감상해 보기로 했고, 그렇게 만화 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깨닫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을 수정하고 장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원안을 맡은 츠지무라 미즈키와, 그림을 맡은 타케토미 토모의 만화 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만화는 원작과 영화보다 훌륭하다. 스토리와 주제에 대해서는 이전의 ..

도서 2024.09.15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후루카와 토모히로 감독의 영화 를 뛰어넘을 작품이 등장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생각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야마모토 켄 감독의 영화 과 만났다. 와 두 작품은 화면 위에서 그려져야만 하는 이들의 운명과, 그들의 모습을 화면 밖에서 두 눈에 아로새겨야만 하는 이들의 의무를 주제로 그려내는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두 작품의 행방은 갈린다. 가 적나라한 연출과 대사를 총동원하여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을, 은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리티와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애니메이션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라는 이름으로 합쳐내는 것만으로 가뿐하게 표현해 보이며, 끝내 이전의 걸작을 훌륭하고 뜨겁게 뛰어넘는다. 끝없이 달려 나가..

영화 2024.08.11

룩 백: 교토 애니메이션을 추모하며

나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은 어처구니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는 영화라는 사랑에 잡아먹혀 만화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작품이라고 생각했으며, 다른 단편들도 그다지 나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만큼은 늘 예외로 둔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은 그의 유일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이라는 비극을 모티프로 하여 그에 대한 추모와 후지모토 타츠키 본인의 자전을 조화한 끝에 드러나는 성장과 예술의 의미는, 독자로 하여금 살아감의 이유를 곱씹도록 만든다. 따라서 나는 이번 글을 통하여 밝혀내고자 한다. 비극을 딛고 일어서도록 독려하는 추모를,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긍정하는 자전을, 끝내 일어서 긍정하게 되는 성장을, 그제야 불현듯 깨닫게 되..

도서 2024.07.13

걸즈 밴드 크라이

나는 록 밴드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감상하게 된 작품들 중 유명한 것들을 추려보자면 이나 ,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이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선호에도 불구하고, 오랜 감상에도 불구하고 나는 '록 밴드'라는 장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어떤 작품들은 록 밴드의 구성을 빌려 일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이었고, 또 다른 작품들은 록 밴드를 그저 캐릭터들의 관계를 확립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록 밴드'라는 장르 그 자체를 완벽하게 파고든 작품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나의 앞에 한 작품이 당도했다. . 제목부터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투명하게..

애니메이션 2024.07.01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만하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영화 를 감상하고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를 '오만함'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생태주의에 입각한 인간 비판 영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태주의의 존재를 그저 영화의 재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비판까지 가는 것도 무리일지 모른다. 나는 하마구치 류스케를 끊임없이 바라본 끝에 드러나는 무언가를 포착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드러내어 촬영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을 만들어두고 드러나는 것을 촬영할 뿐이다. 생태주의는 바로 그 상황이며, 비로소 오만함은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진가 역시 드러난다. 그는 촬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연의 ..

영화 2024.04.15

마법소녀를 동경해서

2011년, TV 애니메이션 는 충격 속을 돌고 돈 끝에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마법소녀의 존재를 고찰하는 명작으로 탄생하였다. 희망이라는, 마법소녀 장르의 정석을 비틀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소녀들을 빠뜨린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이고자 하는 모습 속에서 장르의 근원을 파헤쳐, 끝내 얻어낸 의미와 함께 정석으로 되돌아와 존재의의를 설파하는 연출과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하여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TV 애니메이션 는 그러한 의 성취를 13년이 지난 2024년에 이르러 재현함과 동시에 발전시킨 걸작이다. 미법소녀의 존재의의를 설파하기에 앞서 복잡하고 방대한 설정들로 기초를 다져야만 했던 와는 달리, 기존의 마법소녀의 반대 시점을 조명한 다음 수단을 부여하..

애니메이션 2024.03.24

장송의 프리렌

지난 2023년부터 올해 2024년 1분기까지, 가장 주목받았던 TV 애니메이션을 꼽는다면 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의 상대성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주제 의식을 영상 예술로서 화면에 옮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으로서’ 정적인 만화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그려내는 실력적인 부분까지, 모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1급 마법사 시험 편은 나의 취향에 그다지 맞지 않는 점이 여럿 있었지만(이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그마저도 작화라는,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리티와 이를 훌륭하게 보좌하는 연출을 통한 정석적이고 화려한 화면 구성으로 눈감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나는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2024.03.10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

(영상으로 시청하기 https://youtu.be/zkeOaGRWQdw?si=Tm7_rlVP7sktvByq) 최근 10년 동안 공개된 일본의 3D 애니메이션은 새로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본래 일본에서 3D CG는 셀 애니메이션을 보조하던 도구였던 만큼, 전통적인 셀 대신 3D CG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은 새롭다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러한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과 야기 류이치 감독의 영화 ,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의 등이 존재한다. 물론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의 영화 이나 산지겐의 시리즈처럼 새로움이라는 타이틀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하게 3D 그 자체를 추구하는 작품들도 존재했지만, 이들과 같은 작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3D CG는 새..

영화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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