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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도 시청 가능 https://youtu.be/KfpywrxToik)
2016년, 오타쿠 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는 착실히 오타쿠의 진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즈음 결국 소위 말하는 씹덕 게임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그때 내가 처음 시작한 것이 스쿨 걸즈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뱅드림! 걸즈 밴드 파티라는 리듬 게임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과 음악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물론 TVA는 거의 폐기물 수준이긴 하지만, 음악의 퀄리티는 정말 좋았다. 그러던 중 나는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각각의 밴드들의 라이브를 보여주는 필름 라이브라는 콘텐츠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편을 노트북으로 감상했다. 정말 아쉬웠다. 이 퀄리티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필름 라이브의 2편이 개봉한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것마저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면 난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본문
영화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흔히 영화하면 떠오를 스토리가 있는 극 영화, 하나의 주제를 두고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요즘엔 유명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해주는 라이브 영화도 나오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선 BTS와 트와이스의 라이브 영화를 광고하던 걸 본 기억이 있다. 오늘 리뷰할 <BanG Dream! FILM LIVE 2nd Stage>도 이러한 라이브 영화이다. 특이점이 있다면 라이브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덕에 제약 없이 다양한 연출과 촬영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나를 정말 즐겁게 해 주었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작품은 실제 가수들의 공연을 촬영해 상영하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진들에 의해 설계되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라이브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실제 가수들이 등장하는 라이브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영화의 특성 면에서 확실하게 갈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사 라이브 영화는 말 그대로 공연장에서 있었던 일을 녹화한 것이다 보니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각본과 콘티가 존재하는 애니메이션 라이브 영화에서는 라이브 씬만 빼면 어느 정도 극 영화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 작품은 당연히 극 영화가 아니다. 대사라곤 연주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MC와 다음 밴드가 등장할 때 잠시 나오는 밴드 간 커넥션이 전부인, 즉 그냥 실제 라이브라고 가정한 대사들이 짜여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극 영화와 비슷하다고 한 이유는, 7팀이 돌아가며 라이브를 하는 구조에서 다음 팀이 올라올 때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만들어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작엔 없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덕분에 극장에서 관람하면 전작보다 더 실제 라이브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음과 동시에 걸파 피코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인상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덤으로 MC의 질도 정말 좋아서, 개그 포인트가 나올 때마다 웃음을 참으려 고생한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MC는 파스파레의 MC 파트였다. 개그부터 라이브로 가는 빌드업까지 흡입력이 상당했다.
라이브 퀄리티 역시 훌륭하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인 만큼 실제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 라이브 영화들보다 더욱 연출과 촬영이 강조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굉장했다. 필름 라이브 1편을 봤을 때도 라이브의 퀄리티에 크게 감탄했는데, 2편은 이것보다도 더 크게 진보한 연출과 촬영으로 라이브 장면의 비약적인 퀄리티 상승을 이루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단연 핼로! 해피 월드의 라이브였다. 정말 그 파트에만 제작진이 영혼을 갈아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출과 촬영 모두 훌륭했다. 특히 홈런 연출과 팬텀 시프의 카메라 구도가 정말 대단했다. 물론 다른 밴드의 라이브 퀄리티 역시 수준급이었음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이번 필름 라이브를 보면서 <러브 라이브!>와 <아이돌 마스터>의 라이브가 이번 라이브를 따라오기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브의 메인인 음악들 역시 수준급. 원래 뱅드림의 음악들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나는 오랫동안 뱅드림의 음악들을 들어왔던 탓에 아무리 극장에서 듣는 것이라지만 반복적으로 노래만 나오는 구성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일반 음원을 삽입한 1편과 달리 실제 성우들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오프라인 공연의 라이브 음원을 필름 라이브에 삽입하였는데, 그 덕분에 현장감 넘치는 음악들을 극장의 음향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엄청났다. 당연히 집에서 노트북으로 들었던 음악과는 급이 달랐고, 실제 오프라인 공연에서 성우들이 보여준 여러 모습들을 충실히 재연해 낸 것도 좋은 볼거리였다. 극장에서 안 봤으면 정말 인생 절반 손해 볼 뻔했다.
그 외에도 호평할 점이 있다면 전작보다 더 라이브의 구성이 촘촘해졌다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밴드들이 차례대로 나와서 공연을 하고, 마지막에 앵콜로 한 번 더 공연한 후 끝나는 구성이었다. 물론 노래는 좋긴 했지만, 실제 라이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냥 아이돌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브 장면들을 짜집기 한 느낌이 더 강했다. 내 친구를 이를 두고 "전국노래자랑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필름 라이브는 이러한 단점이 모두 보완되어 있다. 공연을 끝낸 밴드가 다음에 공연할 밴드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밴드의 등장 과정에서도 헬로! 해피 월드나 파스파레처럼 재치있고 재미있는 사건들을 발생시키거나 라스, 로젤리아처럼 분위기를 살려주는 멋진 연출을 삽입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 외에도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고 밴드들이 이에 화답하는 연출도 사용해서 실제 라이브를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알찬 구성 덕분에 라이브 공연을 관람했을 뿐인데도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필름 라이브를 리뷰할 생각이 없었다. 스토리가 있는 극 영화도 아니고, 그저 전작처럼 라이브 장면의 짜집기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람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자연스레 손을 흔들고 콜을 외치며 응원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응원상영으로 개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 정도로 이번 필름 라이브 2편은 정말 신나고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뱅드림 프로젝트의 팬이라면 집에서 보고 후회하지 마시고 어서 빨리 극장으로 달려가시는 걸 추천한다. 선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극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번 평가는 연출, 촬영, 음악의 퀄리티와 아주 조금의 사심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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