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 요조에게 한 번도 몰입하지 못했다. 애초에 나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허울뿐이긴 해도 많은 여자들과 방탕하게 놀아나다 결국 몰락해버리는 요조에게 몰입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을 주인공의 일대기보다 이 작품이 출판된 당시 일본의 사회상과 일본인들의 정신문화를 상기하며 읽었다. 그 결과 나는 결론 두 가지를 얻었다. 1948년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3년이 지난 해였으며, 국권회복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던 시기였다. 천황의 신민으로서 단결되어있던 일본인들은 허무함 그 자체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속 요조의 비극적 일대기는 바로 그 점을 찌른다. 요조는 방탕하게 놀아나며 욕망을 끊임없이 채웠지만, 끝이 없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