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

나가레보시 2023. 4. 1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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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2022)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3ODgrgjKPOY)
여러분들은 러브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시는지? 나는 미묘하다. 학창 시절에는 꽤 재미있게 시청한 러브 코미디 애니메이션들이 있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 학생들이 등장하는 러브 코미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리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도 지금까지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러브 코미디 애니메이션은 있다. 아카사카 아카의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리즈야말로 두근거리는 러브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코미디가 합쳐진, '러브 코미디'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그런 시리즈의 극장판을 절대 놓칠 수는 없다. 영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단언컨대 지금까지 방영, 공개된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조화로운 작품이다. 지금부터 그 조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드디어 스토리와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주인공 카구야와 미유키의 사랑 이야기와, 웃음을 끊이지 않도록 만드는 코미디는 탁월한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 앞에 나타났다. 물론 이전에 방영되었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이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서의 조화는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스토리와 코미디가 어느 정도 유리되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의 이야기는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미유키와 카구야가 서로 고백하도록 만들기 위해 벌이는 두뇌전들은 거의 대부분이 단편들이다. 여기까지는 모두들 알고 계실 것이다.
 
이 단편 형식이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 걸림돌이 되었다. 매화마다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니, 결국 러브 코미디로서의 재미가 존재하기는 해도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감상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러브 코미디 묘사가 돋보인다고 하더라도, 자칫하면 지루함을 유발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이전 시리즈들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분명 재미있는 시리즈였지만 지루한 단편들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스토리와 코미디의 유리 역시 작품에 있어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다. 특히 시리어스 에피소드가 장기화되었을 때 그러했다. 이는 완결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겠다. 특히 2기에서 다루는 이시가미 유우의 시리어스 에피소드는 정말 별로였다. 그로 인해 나는 2기 전체의 평가마저 1기에 비해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3기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단편적인 구성의 약점과 시리어스 에피소드의 지루함이라는 단점들을 꽤 해소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나는 3기를 리뷰하면서 시리즈의 최고작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소가 불완전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작품의 후반부는 '울트라 로맨틱'을 성공시키기 위한 장편적인 구성으로, 매우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단편적인 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군데군데 지루한 에피소드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극장판은 그러한 단점들을 드디어 완벽하게 해소시킨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극장판은, 영화로서의 완결성을 보장하는 장편적인 구성의 스토리와, 장르를 책임지는 러브 코미디에 있어 완벽하게 조화로운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관객이 이미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즉, 원작을 이미 읽었다고 전제한다. 그 후, 카구야와 미유키, 두 주인공에 오롯이 집중하여 이야기를 완결시킨다. 그 이야기 속의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이 바로 모두가 기대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실 나는 원작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 군데군데 재미있는 파트가 존재하기는 하고, 마지막 엔딩과 후일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시리어스 에피소드 특유의 지루함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은 시리어스 에피소드의 지루함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에 성공했고,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라는 흔치 않은 장편적인 구성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장편이다. 따라서, 장편에 맞추어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제작진은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카구야와 미유키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의 분량을 재조정했다. 이 영화에서 카구야와, 혹은 미유키와 대면하는 인물들은 서로 뿐이다. 카구야는 미유키와, 미유키는 카구야와 대면한다.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대면이 아니라면, 조연과 주연의 직접적인 대면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각색과 시리즈의 전통과도 같은 코미디가 조화를 이룬다. 완결성 있는 이야기 속에 조화롭게 삽입되어 있는 코미디는, 이 작품의 장르가 '러브 코미디'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첫 키스는 끝나지 않아->는 장르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로맨스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로서, 로맨틱이라는 이야기 속에 코미디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완벽하게 조화시킨,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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