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

나가레보시 2023. 5. 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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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나라의 소녀(2022)

(영상 시청 가능 https://youtu.be/eltWblTdbuk)
여러분들은 영화를 감상할 때 어떤 요소에 집중하시는 편인지? 나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연출을 최우선으로 두는 편이다. 그 외에도 집중하는 요소라면, 촬영이나 각본이 있겠다. 이 요소들은 영화를 구성하는 3대 요소로도 기능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말을 바꿔보도록 하자. 여러분들은 스토리와 영상미 중 어느 쪽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많은 사람들이 전자를 택하리라 생각되고, 나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때때로 후자만으로도 좋은 평을 남길 수 있는 영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리뷰할 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예술이란, 곧 아름다운 것이다. 음악,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예술 분야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영화 역시 그러하다. 그것이 비록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이 극대화되어 있는 작품일지라도.
 
앞서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읽어보셨다면 아시리라고 생각하지만, 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의 스토리에 특출난 구석은 딱히 없다. 순수한 영혼과 저주받은 영혼이 만나 서로를 위해 살아가게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평범한 동화이고, 한 시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전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크게 비판할 수 없는 이유는, 조금은 불완전한 동화가 구현되어 있는 화면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학가 미시마 유키오는 본인의 저서 <문장독본>에서 '문장 중에는 아름다움을 맛보는 용도로 쓰이는 문장이 있다'고 하였다. 이는 유미주의, 혹은 탐미주의라고도 불리는 문학사조를 의미하는 말이다. 나는 '영화 역시 그러하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중에도 화면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제작되는 작품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하여야 한다. '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가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설명해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의 아름다움은 캐릭터 디자인과 연출, 그리고 이들을 포괄하는 작화에서 발견된다. 우선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사실 캐릭터 디자인은 주관적인 것이다. 현실에서도 각자의 이상형이 다른 것처럼,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각자가 선호하는 캐릭터 디자인은 다른 법이다. 그러한 취향을 배제하고, 나는 오직 이 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작품의 분위기와 미술에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 '시바'와 '선생님'의 캐릭터 디자인은 상당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작금의 애니메이션 미술은 점점 현실주의로 흘러가는 추세이다. 그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 간의 분위기가 점점 일치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감이 어느 정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바깥 나라의 소녀>는 그렇지 않다. 우선, <바깥 나라의 소녀>의 미술은 상당히 아름답다. 다크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중세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미술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캐릭터 디자인은 그러한 미술의 분위기와 확실하게 일치한다. 즉, 캐릭터 디자인을 기본 골자로 한 인물 작화와 미술 간의 이질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조심스러워지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에 발견되는 것을 <바깥 나라의 소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술과 캐릭터 디자인, 각각의 아름다움이 합쳐져, 일치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것이다.
 
그러한 캐릭터 디자인과 미술 위에서 연출이 활약한다. <바깥 나라의 소녀>의 연출은 평범한 이야기에 비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출들은, 시바와 선생님의 관계가 돈독해져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그 예시를 몇 가지 들고자 한다. 먼저, 시바와 선생님이 지내는 저택의 덩굴이 빠르게 자라나는 장면을 들고 싶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이 만나고 시간이 꽤 지났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시바가 선생의 창문에 화분을 장식하고, 함께 차를 마실 정도로 그들이 친근해졌음을 의미하는 장면이다. 접촉적인 면에서도 연출은 활약한다. <바깥 나라의 소녀>에는 저주받지 않은 사람이 저주받은 사람과 접촉하는 순간 저주받게 된다는 설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바와 선생님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접촉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연출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시바와 선생님이 로켓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손이 강조되는 연출이 등장한다. 이는 서로의 관계를 의미한다. 초반의 두 사람은 서로 접촉하지 않기 위해 로켓에 달려 있는 줄을 통해 주고받는다. 하지만 충분히 관계가 진전되어 있는 후반의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손에서 손으로, 로켓을 주고받는다. 뻔할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관계 표현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포옹하는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표현된다. 시바의 꿈에는 시바가 버려진 후 처음 깨어난 순간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시바는 누가라도 와주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끝내 나타난,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다가와 시바를 안아주지만, 두 사람은 접촉하지 못하고 꿈은 끝난다. 그러나 선생님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였을 때, 시바가 이를 거부하자, 비로소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게 된다.
 
이 역시 시바와 선생님의 관계 진전을 표현하는 연출이다. 그 외에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연출은 정석적이지만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 흰 꽃잎이 시냇물로 떨어져 가라앉아버리는 장면을 통해 저주받은 자와 저주받지 않은 자의 사이에 서 있는 선생님의 감정을 표현한 연출이나, 저주받은 자들이 계속되는 고통 끝에 나무로 변해버리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자신도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시바의 공포를 표현한 연출 등이 바로 그 예시이다. 이처럼 <바깥 나라의 소녀>의 연출은 정석적이지만 훌륭한 직유적, 은유적 연출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묘사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연출 역시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므로, 나는 <바깥 나라의 소녀>라는 영화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그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로 존재하는 연출들을 호평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디자인과 연출을 모두 포괄하는 작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화는 애니메이션의 알파요, 오메가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작화가 없다면 그 기술들은 빛을 보지 못한다. <바깥 나라의 소녀>의 작화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이 만들어내는 음영과, 인물들이 구사하는 다양하고 사소한 움직임까지 전부 세밀하게 표현해 내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작화 덕분에, 캐릭터 디자인과 연출이라는 훌륭한 기술들은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나는 다른 오타쿠들처럼 작화를 프레임 단위를 분석해내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마저도, <바깥 나라의 소녀>의 작화가 훌륭하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들도 그런 작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만끽하시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총평
영화 <바깥 나라의 소녀>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해져 가는 순수한 영혼과 저주받은 영혼의 동화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러닝 타임은 다소 비어버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만, 빈 공간을 채워주는 아름다운 화면은 그러한 결점을 용서하도록 만든다. 훌륭한 직유적, 은유적 연출과 귀여우면서도 섬뜩한, 그럼에도 포근한 캐릭터 디자인 및 이들을 표현해 내는 생동감 넘치는 작화로 구성되어 있는, 뛰어난 아름다움의 요소들은 기어코 화면 속에 따뜻한 혼을 불어넣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평가의 기준이 있다. 영화 역시 그러하다. 각본, 연출, 촬영이라는 영화의 세 가지 기본 요소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기준들이 여러분들께 존재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바깥 나라의 소녀>의 평가에서 활용한 기준은 '아름다움'이다. 때로는 아름다움이 작품을 완성 짓는 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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